두바이-아부다비 오가며 '번개 모임'
현지 기업·대사관 등 관계자 초청
'술 없는 회식' 많아…문화 차이 커
처음에는 ‘업무상 전화 연락만 하지 말고 얼굴이라도 한 번 보자’는 소소한 취지에서 모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도움을 주는 등 더 뜻깊은 일을 해보고 싶어 회장을 뽑고 단체 형태를 갖추게 됐다. 최근에는 법무부 국제법무과의 요청으로 두바이에서 ‘중동의 상사분쟁 중재와 투자자국가소송 제도(ISD) 활용’을 주제로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현지 대사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법률 자문을 제공하거나 공무원 초청 모임도 수시로 한다.
모임 소속 변호사끼리 ‘생활의 팁’도 주고받는다. 신 변호사는 “문화적으로 많이 낯설다 보니 처음 온 사람은 집을 구할 때나 자녀 학교 문제, 종교 관련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다”며 “먼저 정착한 사람들이 여러 조언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생활정보 교류뿐만 아니라 서로 업무에도 도움을 준다. 오는 22일에는 소속 변호사끼리 두바이에서 ‘중동의 건설산업 중재’와 ‘이란 제재’를 주제로 첫 세미나 모임을 연다. 앞으로 세미나를 두 달에 한 번 여는 것으로 정례화할 계획이다.
두바이에 파견 근무 중인 배지영 지평 변호사는 “지난해 말 두바이에 온 뒤 지난 12일 모임에 처음 참석했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낯선 곳에 있다 보니 외롭다는 생각도 종종 들었는데 동종업계 종사자와 한국말로 대화를 나누며 심정적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UAE는 한국과 문화적으로 다른 점이 많은 이슬람권 국가이다 보니 현지 생활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회식에 술이 등장하지만 UAE 한인변호사회는 술 없는 회식을 할 때가 많다. 정부 정책상 술을 마시는 게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는 허용되지만 술에 취해서 돌아다닐 경우 경찰에 단속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휴일 차이로 발생하는 해프닝도 종종 있다. UAE 사람들은 금요일에 이슬람 예배당(모스크)에 가서 기도를 하기 때문에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쉬고 일요일에는 출근한다. 보통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일요일에 쉬는 한국 문화와 다르다. 김민규 LG전자 변호사는 “서울에서 금요일에 일감을 주며 ‘빨리 처리해 달라’고 하는 일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금요일에 쇼핑몰조차 문을 안 연다”며 “업무 관계자에게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며 이해를 구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