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대 제품디자인전공 학생들이 ‘창의적 산학 스튜디오’ 과제를 위해 가구를 제작하고 있다. 한성대 제공
한성대 제품디자인전공 학생들이 ‘창의적 산학 스튜디오’ 과제를 위해 가구를 제작하고 있다. 한성대 제공
수업을 통해 지역사회 현안을 풀어나가는 ‘지속가능발전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한성대가 예비 디자이너들의 재능으로 학교 인근 홀몸노인과 저소득층 아동 등을 돕는 색다른 강의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성대 제품디자인전공과정은 지난해 1학기부터 ‘창의적 산학 스튜디오’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20여명의 수강생이 두세 명씩 조를 이뤄 한 학기 동안 과제를 완성해가는 실습 수업이다. 강의 과제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 서울 삼선동주민센터, 삼선동 어머니회 등과 조율해 결정한다.

지난해 1학기에는 삼선동에 거주하는 홀몸노인 5명에게 가구를 제작해 기증했고 2학기에는 책상과 의자 등을 만들어 학교 인근의 공부방에 기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수강생 11명이 성북구청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문찬 제품디자인전공 교수는 “대학이 몸담고 있는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고민하다가 수업을 개설하게 됐다”며 “학생들에게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해보고 직접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기증받는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하는 맞춤형 가구를 만들기 위해선 꼼꼼한 눈길로 그들의 사정을 살피고 진솔하게 얘기를 나누는 자세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홀몸노인들은 어떤 가구가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아 학생들이 십여 차례씩 집으로 찾아가야만 했다. 임영준 씨(24·제품디자인전공 4학년)는 “할머니께서 학생들에게 도움받는 게 미안하셨는지 어떤 게 필요한지 좀처럼 말씀이 없으셨다”며 “몇 차례 집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다 물건을 딛고 찬장에 있는 그릇을 꺼내느라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고 발받침대로도 쓸 수 있는 좌식의자를 만들어드려야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설거지할 때 사용하는 싱크대용 발받침대와 좁은 현관에 들어갈 수 있는 신발장 등 홀몸노인들의 거주 환경에 딱 맞는 제품들을 제작해 기증했다.

가구 제작에 들어간 재료의 상당수는 한성대 측에서 폐기하는 가구를 재활용했다. 버려지는 목재를 재활용해 친환경성을 높였고 학생들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살린 가구를 만들었다. 그 외의 재료비는 문 교수와 삼선동주민센터가 충당해 학생들의 부담을 없앴다.

이번 학기에는 과제의 범위를 넓혀 삼선동 전체를 대상으로 삼았다. 골목길이 많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길을 헤매기 쉬운 삼성동의 특성을 반영해 동네 곳곳에 50개의 수작업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안내판 재료로는 삼선동주민센터에 보관돼 있는 폐목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