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15일 오후 4시15분

[마켓인사이트] 일동제약, 사모펀드 손잡고 경영권 방어 추진
녹십자와 경영권 다툼 중인 일동제약 최대 주주가 국내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 일동제약 지분은 윤영원 일동제약 회장 등이 32.52%를 보유하고 있으며 녹십자가 29.36%, 피델리티펀드가 10%를 갖고 있다.

PEF 운용회사인 H&Q코리아는 일동제약 지분을 사들여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을 일동제약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장외 지분 매입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이 검토되고 있다.

H&Q코리아는 지난해 녹십자 측에 녹십자가 갖고 있는 일동제약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시 가격과 인수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H&Q코리아는 2011년 말 하이마트 1, 2대 주주였던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31.3%)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17.4%)이 경영권 분쟁을 벌였을 때도 3대 주주(5.7%)로 나서 양측 갈등을 조율해 하이마트 경영권을 롯데그룹에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다.

H&Q코리아 외에도 여러 PEF 운용사가 일동제약 대주주 측에 ‘백기사’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우호적인 재무적 투자자(FI)들과 경영권 안정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PEF를 백기사로 끌어들이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이 상당 부분 사그라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회사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하려면 이사 해임권 등 주주총회 특별 결의안을 통과시킬 지분(67%)을 확보해야 하지만 일동제약과 녹십자 지분율을 볼 때 5~10% 지분만으로도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동제약과 녹십자가 충돌한 주총 때마다 지분 10%를 보유한 피델리티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일동제약은 2009년부터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2012년부터는 경쟁사인 녹십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녹십자 측은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 추천권을 행사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일동제약 주가는 1월 초 1만5000원 수준에서 2월 중순 2만원으로 급등했으며, 최근 1만8000원 안팎에 머물러 있다. 올해 예상 수익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37배로 보령제약(13.7배), 경동제약(12.6배) 등 동종업체보다 세 배가량 높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동제약 주가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으로 매년 주총 시즌에만 올랐다 다시 내려오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PEF들은 일동제약이 경영권 위협 없이 주력 사업에 매진하면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주총에서 녹십자 측 제안이 통과되려면 먼저 일동제약 측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안이 주주총회 참석 주주 50% 반대로 부결돼야 한다. 녹십자는 지난해 주총에서 의결권 지분 45%를 확보, 참석 주주의 3분의 2(67%) 이상 지지를 얻어야 통과하는 지주회사 전환 안건을 부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좌동욱/김형호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