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완 씨앤엠로보틱스 사장이 로봇 압입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주상완 씨앤엠로보틱스 사장이 로봇 압입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서울 가산디지털밸리에서 로봇 압입(force insertion) 장비를 만드는 씨앤엠로보틱스(사장 주상완·56)가 10년간 법인세, 5년간 근로소득세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미국 뉴욕에 진출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기업 규모는 작더라도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를 뉴욕으로 끌어들여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추진하는 ‘스타트업(start-up) 뉴욕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는다.

씨앤엠로보틱스는 올 상반기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있는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캠퍼스에 사무실을 내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본사에서 파견하는 직원과 현지에서 채용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연구개발과 글로벌 마케팅을 할 예정이다.

씨앤엠로보틱스는 로봇의 일종인 정밀압입시스템을 제조하는 업체로 종업원 40여명의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이다. 자동차축 조립처럼 특정 금속을 금속의 지름보다 작은 구멍에 밀어 넣는 압입 공정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금속의 탄성을 이용한 방식이다. 2000년부터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업체는 물론 도요타자동차 야마하 히타치 등 일본 기업에도 납품해 왔다. 일부 기술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씨앤엠로보틱스의 미국 진출을 도운 곳은 인천 송도에 있는 한국뉴욕주립대다. 이 대학 김춘호 총장은 “뉴욕주정부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법인세와 소득세 등에서 다양한 감면 혜택을 준다”며 “기술력이 우수한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減稅에 투자알선까지…"뉴욕은 기업 천국"

씨앤엠로보틱스가 각종 세금감면 혜택을 받으면서 미국 뉴욕에 진출하게 된 것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갖고 있는 지식재산권은 30건이 넘는다.

주상완 사장은 금오공고 재학 중 전국기능올림픽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충남대 기계교육공학과를 졸업한 뒤 직업학교 교사를 거쳐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오사카대에 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오사카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정밀기계 국산화의 꿈을 안고 귀국해 2000년 창업했다.

주 사장은 “생산제품 중 압입용 센터링디바이스와 센터마스터는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이들은 베어링, 오일실, 기어, 정밀축 등의 압입 불량을 방지해주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자동차의 조립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 사장은 “미국의 풍부한 연구개발 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현지 자동차업체는 물론 세계 시장 개척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뉴욕주가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을 유치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이후 70여개 업체가 선정됐으며 한국 기업은 씨앤엠로보틱스가 처음이다. 뉴욕주는 세금감면뿐만 아니라 투자알선,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도 돕고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종합 지원하는 것이다.

국내 산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법인세 인상으로 논란을 빚는데 뉴욕은 10년간 법인세 면제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외국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며 “중국과 동남아, 유럽 등도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