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월 4000엔(약 3만7400원)의 기본급 인상을 단행키로 했다는 보도에 일본이 깜짝 놀랐다는 표정들이다.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인상폭이라고 한다. 도요타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2조7000억엔이나 거둔 세계적 기업이다. 다른 기업의 임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이 회사의 4000엔 임금 인상 소식에 일본 열도가 획기적이라며 흥분하는 게 한국으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실적이 좋지 않아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 인상을 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엔 이런 상황이 신기하고 낯설게 다가온다.

일본 기업들은 지독한 엔고와 디플레이션의 ‘잃어버린 20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야말로 마른 수건도 쥐어짤 만큼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몰두해왔다. 물론 임금 인상은 호사스런 사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와 유가 하락 등으로 지난해 일본 기업 3분의 2 이상이 실적 호조를 보였다. 일본 경제가 회복하고 실적이 좋아지면서 기업들도 임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 수익과 임금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뜩이나 한국 기업들은 수익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경련이 1103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만으로도 17.9%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국내 10대 제조기업 중 8개 기업에서 영업이익률 감소가 23.4%나 된다고 한다. 이 마당에 한국노총은 올해 임금인상률 목표를 지난해 대비 7.8% 오른 24만5870원, 민주노총은 23만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범위 안에서 조정할 것을 권고했지만 막무가내다.

오히려 정부가 한술 더 뜬다.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일정 수준의 임금인상이 일어나지 않고선 내수가 살아날 수 없고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금을 결과가 아닌 수단으로 인식하는 인지부조화의 논리인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누가 기업하려고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