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표(標) 경제정책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는 것이었지만 최근의 정책들은 하나같이 아베노믹스와 비슷하거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장경제 원칙을 부정하는 데다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이런 정책들로는 결코 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기에 걱정과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최 부총리가 지난 주말 경제 5단체장을 만나 적극적인 임금 인상과 함께 적절한 납품단가를 지급하도록 요구한 것만 해도 그렇다. 구체안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소득정책이라는 개념부터가 모호한 데다 기업의 경영성과가 급전직하하는 중이어서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산업계의 솔직한 고백이다. 납품단가 요구는 자칫 이명박 정부에서 거센 논란을 야기했던 ‘정운찬류 초과이익공유제’를 연상시킨다. 납품가격은 복지도 아니고 기업 간 부의 분배정책도 아니다. 납품가격은 그 자체로 시장과 제품의 혁신체제를 만들어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원배분의 치열한 과정일 뿐이다. 이를 부정하면 시장경쟁은 그 효율성을 잃고 만다.

임금 인상 정책도 틀린 얘기다. 일본은 엔저, 법인세 인하 등 기업에 임금인상의 여지라도 깔아주었지만 이미 온갖 반(反)기업적 환경에 기진맥진한 상태인 국내 기업들에 임금인상은 마지막 펀치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논리라면 노동개혁마저 기득권을 강화하는 개악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경직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만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역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유보금이 가계로 흘러가야 한다며 들고나온 기업소득환류세제부터가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배당은 제자리를 걷고 있을 뿐이며 증권시장 역시 게걸음이다. 미증유의 재난이 닥칠 것이라는 흉흉한 이야기들만 자본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땀을 흘리지 않고 형편이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노동개혁도 기득권 해체 없이는 결코 실업자를 구제할 수 없다. 그런데 정책들은 편리하게도 파편처럼 흩어져 정합성을 찾기 어렵다. 기업만 옥죄는 정책이 연이어 선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래서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