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홍콩 뛸 때…한국만 8년째 제자리걸음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말보다 작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경쟁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커졌지만 한국만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 완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 조절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들도 신사업에 적극 투자해 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성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만 뛸 때 주저앉은 한국 증시

신한금융투자와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말 1.84%에서 지난 15일 현재 1.81%로 0.03%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 주식시장의 전 세계 시가총액 비중은 1.17%에서 1.51%로 0.34%포인트 늘었다. 홍콩도 5.94%에서 6.45%로 증가했고 싱가포르도 소폭(0.002%포인트) 높아졌다. 시가총액은 주식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로 특정 국가에 속한 기업들의 경쟁력 등을 비교할 때 주로 활용된다.

주가지수도 한국만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4.76% 하락한 반면 대만 자취안(8.08%), 싱가포르 FSSTI(6.24%), 홍콩 항셍지수(HSI·1.28%) 등은 올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활력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0대 그룹 수익성 2007년만도 못해

한국 주식시장의 시총 비중이 감소한 것은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등 국내 간판 대형주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007년과 비교가 가능한 10대 그룹 소속 79개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7.46%에서 2014년 5.26%로 뒷걸음질쳤다. 10대 그룹 중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증가한 상장사는 삼성그룹(7.19%→9.32%), 현대자동차그룹(5.19%→7.29%)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중 10대 그룹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영업이익 기여율’도 2013년 76.4%에서 2014년 67.62%로 줄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작년 국내 30대 그룹 중 1~5위 그룹을 뺀 나머지 그룹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며 “시총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주가도 하락하고 시총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배당수익률도 대만 홍콩 등을 못 따라간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배당수익률은 1.08%로 홍콩(HSI 기준·3.86%), 싱가포르(3.28%), 대만(3.15%)보다 낮다. 이에 따라 최근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이 아닌 대만 주식을 선호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대만 주식을 45억9900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한국 주식 순매수 금액(12억1600만달러)의 3배가 넘는다.

◆기업 경쟁력 높여 활력 제고해야

전문가들은 기업 경쟁력을 높여 국내 주식시장의 활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투자를 줄이면서 국내 화학, 정유, 철강, 조선 등이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각 국가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다 같이 높아졌으나, 한국은 기업 실적이 계속 둔화되면서 지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며 “인구 고령화, 가계부채 등 경제 전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정수/심은지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