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골프 시즌] 덤불 위에 떨어진 공, 그린 위에 안착시키려면…백스윙 '짧게', 다운스윙 '빠르게', 클럽 페이스 '하늘 위로'
올해 미국 LPGA투어에 진출해 두 번째 대회 만인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에서 우승컵을 안은 김세영(23·미래에셋·사진)은 당시 마지막날 16번홀(파4)에서 ‘매직샷’을 구사했다. 두 번째 샷이 워터 해저드를 넘어 덤불에 들어간 김세영은 파 세이브가 여의치 않아 보였다. 이 상황에서는 보기가 사실상 최선이었다.

그러나 김세영은 기가 막힌 로브 샷(볼을 공중으로 높게 띄워 그린에서 많이 구르지 않고 바로 안착시키는 것)으로 공을 홀 1m 옆으로 꺼냈고 ‘천금 같은’ 파 세이브 퍼팅을 집어넣었다. 이 샷 하나가 김세영에게 우승컵을 안길 정도로 결정적인 ‘클러치 샷’이었다.

김세영은 “사실 그런 덤불에서 샷을 해보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어서 정말 당황했다”며 “일단 56도 웨지를 뽑아들긴 했는데 어떻게 쳐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왔다”고 털어놨다. 약하게 치면 공이 덤불에서 안 빠져 나올 것 같고 너무 강하게 치면 핀까지 거리가 가까워서 홀을 훌쩍 지나갈 것만 같았다고 한다.

김세영은 당시 캐디의 도움을 받았다. 김세영은 “캐디를 멍하니 쳐다봤더니 캐디가 이렇게 해보라고 팔로 빈 스윙 시범을 보였다”며 “클럽 페이스가 하늘을 보도록 완전히 열고 ‘백스윙은 반만 하고, 다운스윙은 빠르게~’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캐디의 말대로 김세영은 덤불 밖에서 연습 스윙을 스무 번쯤 하고 샷을 날렸다. 공은 거짓말처럼 높이 떠서 핀 옆에 붙었다.

김세영의 캐디는 콜 푸스코(47·미국)다. 미국 PGA투어의 비제이 싱, 리 웨스트우드, 폴 케이시, LPGA투어의 최나연, 청야니의 캐디백을 멨던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