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고든 모건스탠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항상 그의 와이셔츠 윗주머니에 종이 한 장을 넣고 다닌다. 회사의 장기전략과 관련해 그가 직접 적은 72개의 단어가 빼곡히 적혀 있다. “중요한 계약을 하거나, 비즈니스 파트너와 협상할 때 이 일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지, 장기 비전에 맞는지 돌아보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든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취임했다. 그가 CEO로 있던 6년 동안 회사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왔을 뿐 아니라 미 투자은행(IB)업계 1위인 골드만삭스와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크레인스는 최근 호에서 “뉴욕에서 최고의 은행은 골드만삭스가 아니라 모건스탠리일 것”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모건스탠리 주가는 지난 2년간 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골드만삭스 주가는 23% 오르는 데 그쳤다.

고든 회장은 최근 한 경제단체가 주관한 오찬모임에서 “CEO는 2S, 즉 속도(speed)와 안정성(stability)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금융회사에서 트레이딩과 투자금융은 경영의 스피드를 제공하지만 웰스매니지먼트(자산관리)는 회사의 안정성을 확보해준다”며 “금융회사는 스피드만 강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든 회장은 공동대표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있던 2009년 1월 씨티그룹과 공동으로 소유하던 증권사 스비스바니의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51%를 보유한 씨티그룹으로부터 일부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왔고, CEO가 된 뒤엔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회사 이름도 모건스탠리웰스매니지먼트로 바꿨다. 자산 1조6500억달러, 투자자문사 1만7000여명을 둔 스미스바니를 인수하면서 모건스탠리는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트레이더나 뱅커로 일을 시작하지 않은 고먼 회장은 월가의 CEO 중 비주류로 통한다. 월가의 등용문인 아이비리그 경영대학원을 나오지 않았다. 호주 멜버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컨설팅업체 맥킨지를 거쳐 메릴린치를 통해 월가에 발을 들였다.

월가는 그의 성공 비결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꼽는다. 그는 “매일 저녁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지점이 올린 실적을 받아 직접 종이에 적어 기록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새해 첫날 맨해튼 본사 사무실에 출근해 1년간의 개인 목표를 작성하고, 이를 수시로 체크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10월 초특급 허리케인 샌디가 맨해튼을 덮쳤을 때도 다음날 새벽 가장 먼저 타임스스퀘어 본사에 출근해 물에 잠긴 사무실을 정리했다.

그는 월가의 최대 이슈인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트레이더가 아니라면 6월이냐, 9월이냐는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움직인다고 해서 미국 경제의 회복 기조가 영향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6월 인상을 전망하지만 금리 인상 시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두 번째 인상 시점이 언제일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가에 대해서는 완만한 회복세를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미국의 셰일오일 공급도 시간이 갈수록 감소해 연말에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