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문 2015 참가 대학생들이 17일 회의장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월드문 2015 참가 대학생들이 17일 회의장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304호 회의실.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은 조 홀(하버드대 경제학과 3년)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것으로 회의의 시작을 알리자 세계 각국에서 온 240명의 대학생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회의 규칙에 따라 토론을 시작했다. 두 명씩 조를 짜 모두 120개 국가를 대변하는 학생들은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는 어떤 방식으로 규제 완화를 해야 하는가’란 주제로 격론을 펼쳤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최근 IMF 지원을 받은 국가의 학생 대표들은 IMF가 자국의 경제 주권을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주 애들레이드대에서 금융학과 법학을 전공하는 애덤 메츠빈스키(21)는 “다른 나라의 입장에서도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어 국제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는 16~20일 미국 하버드대와 함께 ‘월드문 2015(WorldMUN Seoul 2015)’를 진행한다. 1991년부터 하버드대가 매년 공동 주최 대학을 달리해 여는 월드문은 세계 대학생이 유엔(UN)과 IMF 등 실제 국제기구 의사규칙과 절차에 따라 국제 이슈를 놓고 토론하는 모의 유엔대회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118개국에서 2500여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월드문에 참가한 학생은 16개 위원회로 나뉘어 17일부터 3박4일 동안 회의를 진행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군축안보위원회 등 실제 국제기구 위원회에 들어가 해당 분야의 국제 이슈를 논의하고 마지막 날에는 총회를 통해 결의안을 낸다.

한국외대는 2012년 이후 세 번째 도전 끝에 올해 월드문의 공동 주최 대학으로 선정됐다. 브라이언 므와라니아 하버드대 월드문 사무총장(응용수학과 4년)은 “한국은 풍부한 문화 유산을 기반으로 과거와 현대가 최고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지난 50~60년간 한국이 이뤄온 눈부신 경제 발전을 많은 참가자가 직접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환 한국외대 L&D 학부장은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할 각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친근한 감정을 심는 소중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고양=홍선표/나수지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