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17일 오후 4시32분

[마켓인사이트] 쌍용차, CB 2억弗 발행
쌍용자동차가 9년 만에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 가시밭길을 걸었던 쌍용차가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행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키로 했다. 바클레이즈캐피털과 HSBC, JP모간 등 외국계 증권사 세 곳을 주관사로 선정해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만기는 5년, 발행금리는 1% 수준으로 5월 중순까지 발행을 마칠 계획이다.

쌍용차가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2006년 4월 3년 만기 회사채 1500억원어치를 발행한 이후 9년 만이다.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인수된 뒤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던 쌍용차는 당시 투기등급(BB0)으로 평가받아 연 6.75%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2006년 회사채 발행을 끝으로 쌍용차는 필요한 자금을 대주주와 채권단 지원에 의존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상하이자동차가 철수하자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매각된 뒤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로부터 주로 자금을 조달했다. 오랫동안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신용등급이 없다.

자본조달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쌍용차가 복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회사 정상화가 본궤도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정 기간 후 정해진 가격에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CB는 회사가 좋아져서 주가도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어야 투자자를 모을 수 있는 채권”이라고 설명했다.

티볼리와 코란도C 등 신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쌍용차는 지난해 3분기까지 순손실 규모를 338억원으로 줄였다. 손실 규모가 1000억원을 넘었던 2011~2012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아난드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통상임금 문제가 아니었으면 작년에 이미 흑자로 돌아섰을 것”이라며 “2~3년 내에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쌍용차의 장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만큼 CB 발행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영효/하헌형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