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대형주 밸류에이션 부각…삼성전자 신고가, 150만원 눈앞
현대·기아·모비스 자동차주 들썩
시중자금 증시 유입 기대로 대우증권 등 일제히 뜀박질
‘전·차(전자·자동차) 군단’에 금리 인하 바람을 탄 금융주가 가세해 ‘신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코스피지수 2020고지 탈환을 이끌었다. 전·차 군단의 부활과 금융주 도약이 겹치면서 그동안 중소형주 기세에 밀렸던 대형주가 모처럼 자존심을 회복했다.
○전·차·금 ‘트로이카’ 상승 주도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84% 오른 149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1년 내 신고가다.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01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50만원대 진입도 눈앞에 뒀다.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힘을 내면서 전자업종 주요주도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가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올 들어 지지부진했던 SK하이닉스는 0.98% 상승했다. 작년 11월 증시 입성 이후 줄곧 상장 첫날 시초가를 밑돌고 있는 삼성SDS도 이날 7.31% 올랐다. LG디스플레이(2.04%)와 LG전자(1.01%)도 상승했다.
현대차를 필두로 자동차 업종도 들썩였다. 이날 현대차는 3.7% 오른 1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최고가다. 현대모비스(2.58%)와 기아차(2.71%)도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주요 기업 실적이 낙관적이진 않지만 상반기가 바닥일 수 있다는 기대도 퍼지고 있다”며 “올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차 군단뿐 아니라 증권, 은행 등 금융주도 지수 상승에 힘을 실었다. 지난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증권주는 시중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할 것이란 기대에 강세를 보였다. 은행주는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증권업종은 6.05%, 은행업종은 2.94% 올랐다. 은행 대장주인 신한지주는 2.78%, 증권 대장주인 대우증권은 7.55% 뛰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권주는 실적에서도 상반기 기대 요인이 많은 만큼 연간 최우선업종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주 반격 시작
대형주 전반에 관한 투자심리도 회복하고 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코스피 대형주지수는 46.17포인트(2.42%) 상승한 1945.70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중형주지수는 31.98포인트(1.32%), 코스피 소형주지수가 20.05포인트(1.04%) 오른 것에 비해 상승폭이 컸다.
지난해와 올초 중소형주가 강세를 이어가는 동안 대형주는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되면서 대형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 팀장은 “지난해 과도한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급등한 중소형주들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는 반면 대형주들의 경우 저평가된 종목을 중심으로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수출 개선 기대가 커지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1년8개월 만에 달러당 1130원을 돌파했다. 이날은 소폭 하락, 1128원90전에 마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달러화 강세가 지속된 시기에는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웃돌았다”며 “수출 중심의 대형주 강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팀장은 “영업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규제 완화 등이 나와야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