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밀물'…이대 주변 점령한 관광버스
토요일인 지난 14일 오후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경의선 신촌역 앞 공영주차장.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로 만원이었다. 주차장 바로 앞 이화여대길 양쪽에도 관광버스들이 멈춰선 채 관광객을 태우고 있었다. 관광버스들이 왕복 3차로 이화여대길에 불법 주차하면서 도로가 좁아진 탓에 극심한 차량 혼잡이 빚어졌다.

신촌과 이화여대 일대 거리가 관광버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인근의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해서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이화여대의 이화(梨花)는 중국어 ‘돈이 불어나다는 뜻’의 ‘리파(利發)’와 발음이 비슷해 이곳을 찾아 사진을 찍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속설까지 등장했다. 중국 관영 CCTV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이화여대를 ‘한국 9대 관광지’로 알렸다.

신촌 일대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에겐 이대 캠퍼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화여대길을 따라 걸으며 먹거리나 쇼핑을 즐기는 코스가 인기다. 신촌역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는 이철주 씨는 “하루에 고속버스 40~60대가량이 공영주차장을 이용한다”며 “오늘만 해도 오후 2시까지 30대가 넘는 차량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할 수 있는 곳은 인근 신촌역 공영주차장을 제외하면 없다. 이렇다 보니 이화여대길을 중심으로 불법 주·정차하는 버스가 많다는 게 서대문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씨는 “주차할 자리가 없으면 버스 기사들이 아무 데나 버스를 세워놓는다”며 “주말만 되면 이곳은 항상 극심한 혼잡이 빚어진다”고 했다.

대형 버스가 일제히 몰리면서 사고 위험도 높다. 이날 45인승 대형 버스 두 대가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 보도 쪽으로 차량을 들이밀자 시민들은 바쁘게 길을 비켰다. 한 할머니는 버스에 몸이 닿을세라 종종걸음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이화여대길을 자주 찾는다는 학원강사 고정수 씨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걷다가 갑자기 들어온 버스에 사고가 날 뻔한 적도 있다”고 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신촌과 이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버스 때문에 통행이 어렵다는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하루에 수십대 버스를 다 견인할 수 없다”며 “지금으로선 자리가 날 때까지 돌아가라고 할 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강경민/선한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