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노·사·정 대타협과 마을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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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 회의. 노·사·정이 정해놓은 대타협 시한이 다가오면서 회의실 분위기는 한껏 무거워졌다. 지난해 12월 큰 틀의 합의 이후 올 1, 2월까지만 해도 간간이 회의실 밖으로 새어 나오던 웃음소리도 사라졌다.
회의 시작 전 김대환 위원장이 잠시 머뭇거리다 ‘달’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우리가 정한 논의의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손가락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달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처럼 상대방 손가락만 쳐다보고 이러니 저러니 하지 말고 달만 보고 갑시다.”
의례적인 인사말이었지만 노사 대표들은 각각 ‘당신들 때문이야’ 하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응시했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순간 기자의 머릿속에는 고교시절 어느 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목은 마을잔치. 어느 마을 반상회에서 주민 단합을 위해 마을잔치를 열기로 결정하고 한 부잣집에서 소를 한 마리 잡기로 하자 주민들은 아무런 이의 없이 찬성했다. 이듬해에는 또 다른 부잣집에서 돼지 한 마리를 잡았다. 세 번째 마을잔치는 마을 이장의 제안으로 한 사람에게 부담주지 말고 주민들 모두가 닭을 한 마리씩 내놓기로 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고 결국 잔치는 무산됐다. 이기적인 인간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미래세대를 위해 노동시장을 개혁하겠노라며 노·사·정이 다짐한 대타협 합의 시한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노동계와 경제계는 아직까지 기득권에 조금이라도 손해가 갈 양이면 ‘이건 안된다, 저건 안된다’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마을 이장 격인 정부만 몸이 달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와 경제계 행사마다 빠짐없이 직접 찾아가고, 매주 월요일 기자실을 찾아 여론을 환기하려고 애쓰고 있다. 부잣집 소와 돼지를 잡자는 제안에는 박수 치면서, 각자 닭 한 마리씩 내놓자 하니 싫다고 돌아서는 주민들의 행태를 노·사·정이 따라가선 곤란하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타협하라는 게 국민적 요구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
회의 시작 전 김대환 위원장이 잠시 머뭇거리다 ‘달’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우리가 정한 논의의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손가락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라는 달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처럼 상대방 손가락만 쳐다보고 이러니 저러니 하지 말고 달만 보고 갑시다.”
의례적인 인사말이었지만 노사 대표들은 각각 ‘당신들 때문이야’ 하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응시했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순간 기자의 머릿속에는 고교시절 어느 선생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목은 마을잔치. 어느 마을 반상회에서 주민 단합을 위해 마을잔치를 열기로 결정하고 한 부잣집에서 소를 한 마리 잡기로 하자 주민들은 아무런 이의 없이 찬성했다. 이듬해에는 또 다른 부잣집에서 돼지 한 마리를 잡았다. 세 번째 마을잔치는 마을 이장의 제안으로 한 사람에게 부담주지 말고 주민들 모두가 닭을 한 마리씩 내놓기로 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고 결국 잔치는 무산됐다. 이기적인 인간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미래세대를 위해 노동시장을 개혁하겠노라며 노·사·정이 다짐한 대타협 합의 시한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노동계와 경제계는 아직까지 기득권에 조금이라도 손해가 갈 양이면 ‘이건 안된다, 저건 안된다’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마을 이장 격인 정부만 몸이 달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와 경제계 행사마다 빠짐없이 직접 찾아가고, 매주 월요일 기자실을 찾아 여론을 환기하려고 애쓰고 있다. 부잣집 소와 돼지를 잡자는 제안에는 박수 치면서, 각자 닭 한 마리씩 내놓자 하니 싫다고 돌아서는 주민들의 행태를 노·사·정이 따라가선 곤란하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타협하라는 게 국민적 요구다.
백승현 지식사회부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