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파생상품 규제와 ELS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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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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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계증권(ELS)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가뜩이나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은데 기준금리마저 1%대로 내려가니 시중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발행잔액은 60조6323억원으로 사상 처음 60조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서만 무려 3조7250억원(6.5%) 늘었다. 완판 행진을 벌이는 ELS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주로 판매되는 ELS는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으로 3년 만기, 원금 비보장형 상품이 대종을 이룬다. 가입 시에 비해 주가가 40~50%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연 6~8% 수익을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금리 1%포인트도 아쉬운 상황이니 돈이 몰릴 만도 하다.
ELS 잔액 60조원 넘어
그런데 이렇게 많이 팔리는 ELS는 과연 안전한 걸까. 고수익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위험도 따르기 마련이다. 주가지수가 40% 이상 떨어질 일이 거의 없을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1일 2085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반 토막 나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ELS 만기가 보통 3년임을 감안하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손실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이론상으론 원금 전체를 날릴 수도 있다. ELS의 이런 특성은 그래도 이제는 꽤 많이 알려졌다.
문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위험이 ELS에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3년간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시장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거래승수, 예탁금을 높여 개인투자자 참여를 사실상 봉쇄했고 내년부터는 양도세까지 물릴 계획이다. 그 결과 파생시장 거래량은 급감했고 시장 유동성도 크게 낮아졌다.
ELS하고 파생시장 규제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ELS를 판 증권사들은 투자자와 완전히 반대 포지션을 갖게 된다. 주가가 급락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수익을 얻지만 증권사는 손실을 본다. 따라서 증권사는 평소 헤지를 하는데 주식 바스켓을 사기도 하고 주가지수 풋옵션을 팔기도 하며 장외옵션을 거래하기도 한다.
유동성 축소로 헤지 어려워져
특히 최근 ELS 가입이 급증하면서 헤지 수요가 늘어 장내 옵션까지 동원해야 할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전과 달리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 파생시장에서 그때그때 적절한 헤지를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장내 파생상품에서는 호가 공백이 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더욱이 주가가 단기에 급등락할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ELS를 판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에게 적정 금리를 지급하고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헤지를 어떻게 잘 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시장 유동성과 거래량 부족으로 점점 이런 전략이 힘들어지고 있다. 저금리로 ELS와 같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하는 증권사의 상품 운용에 어려움이 커진다면 상품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큰 사고만 안 터지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만든 파생상품 규제가 재테크 1순위 상품으로 떠오른 ELS의 손발을 자꾸 조이고 있는 것이다. 어제 마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내 관심은 자본시장에 있다”며 자본시장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그가 켜켜이 쌓인 자본시장 규제를 속 시원히 걷어내기를 바란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LS 잔액 60조원 넘어
그런데 이렇게 많이 팔리는 ELS는 과연 안전한 걸까. 고수익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위험도 따르기 마련이다. 주가지수가 40% 이상 떨어질 일이 거의 없을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1일 2085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반 토막 나는 데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ELS 만기가 보통 3년임을 감안하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손실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이론상으론 원금 전체를 날릴 수도 있다. ELS의 이런 특성은 그래도 이제는 꽤 많이 알려졌다.
문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위험이 ELS에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3년간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시장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왔다. 거래승수, 예탁금을 높여 개인투자자 참여를 사실상 봉쇄했고 내년부터는 양도세까지 물릴 계획이다. 그 결과 파생시장 거래량은 급감했고 시장 유동성도 크게 낮아졌다.
ELS하고 파생시장 규제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ELS를 판 증권사들은 투자자와 완전히 반대 포지션을 갖게 된다. 주가가 급락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수익을 얻지만 증권사는 손실을 본다. 따라서 증권사는 평소 헤지를 하는데 주식 바스켓을 사기도 하고 주가지수 풋옵션을 팔기도 하며 장외옵션을 거래하기도 한다.
유동성 축소로 헤지 어려워져
특히 최근 ELS 가입이 급증하면서 헤지 수요가 늘어 장내 옵션까지 동원해야 할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전과 달리 유동성이 크게 떨어진 파생시장에서 그때그때 적절한 헤지를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장내 파생상품에서는 호가 공백이 커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더욱이 주가가 단기에 급등락할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ELS를 판 증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에게 적정 금리를 지급하고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헤지를 어떻게 잘 해나가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시장 유동성과 거래량 부족으로 점점 이런 전략이 힘들어지고 있다. 저금리로 ELS와 같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하는 증권사의 상품 운용에 어려움이 커진다면 상품 공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큰 사고만 안 터지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만든 파생상품 규제가 재테크 1순위 상품으로 떠오른 ELS의 손발을 자꾸 조이고 있는 것이다. 어제 마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내 관심은 자본시장에 있다”며 자본시장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그가 켜켜이 쌓인 자본시장 규제를 속 시원히 걷어내기를 바란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