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또다시 급락하면서 배럴당 40달러 선이 위협받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유지 결정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미국 셰일업계가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량을 오히려 늘렸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2.1% 급락하며 배럴당 43.88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2.25% 하락하며 53.44달러로 내려앉았다. 1주일 새 WTI는 11.5%, 브렌트유는 8.7%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원유 수요가 감소하는 2분기엔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가가 급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 내 기름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 원유 생산량은 하루평균 936만배럴을 넘어서며 1983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유 시추설비 수가 지난주 866개로 지난해 10월(1609개)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원유 생산량은 오히려 5.5% 늘었다.

에너지전문매체인 오일닷컴은 미국 셰일업계의 기술 발달과 설비 가동률 증가가 원유 시추설비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원유 재고량도 올해 들어서만 6000만배럴 이상 급증, 4억5000만배럴에 육박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더 이상 원유를 저장할 공간을 찾을 수 없다”며 “유가가 또 다른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과 이란이 핵협상 타결로 국제원유시장에 수출 물량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CNN머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량 유지 전략에도 불구하고 미국 셰일업계는 충격을 받지 않았다”며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2달러 밑으로 다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