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동에서 조국을 다시 보다
최근 대통령 중동 순방길을 함께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한민국은 멋진 나라’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다졌다. 이는 아마 나의 ‘대한민국 편집증’ 때문이리라. 몇 군데 해외공장 경영 경험은 물론 그동안 정상 순방을 함께한 덕에 방문한 많은 나라에서 한 경험을 이번 중동 순방길에서도 체험한 것이다.

귀빈(VIP) 대접을 받으면서도 참으로 오래 걸렸던 입국 절차, 남성과 여성 사이에 여전히 심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비쳐진 사회문화, 엄청난 오일달러로 사막을 도시와 옥토로 바꿔나가는 천지개벽 등 중동은 알려진 것 이상의 특별함과 생경함으로 다가왔다. 과거와 현재를 바꿔나가는 역동성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새로웠다.

한국 기업들은 1970년대 중동에 처음 진출한 이후 중동 여러 국가들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정립해 왔다. 이제부터는 더욱 정교한 전략적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첫째, 원자력 및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미래에너지에 대한 협력관계를 들 수 있다. 이는 스마트원자로 수주와 직접 연결된다. 둘째, 보건·의료·교육 등 서비스산업 교류확대와 정보기술(IT)을 통한 융복합 산업협력이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병원정보시스템(HIS) 수출과 서울대병원의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에의 성공적인 정착 등이 이와 관련된다. 셋째, 이들을 포함한 대규모 합작투자로 신시장 공동진출 및 제3국 공동투자 협업 등이 있다. 아랍 속담에 ‘한 손으로 박수칠 수는 없다’는 말을 절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다시 보게 된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소식에 가슴 졸여야 했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신문을 통해 본 경제뉴스들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실상 처음인 마이너스 물가는 디플레이션 불안감을 상승시키고 있고, 생산·소비·투자·수출입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들도 녹록지 않다. 여기에 각종 졸속입법 및 정책으로 국민갈등은 고조되고 있고,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사이에서 오히려 비경제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경제 활력의 상실과 각종 사회현상은 구조개혁의 추동력과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게 뻔하지 않은가.

돌이켜 보면 불쌍하리만큼 빈약한 부존자원, 어쩔 수 없는 주변국과의 지정학적 운명, 처절히 쌓고 지켜온 산업화와 민주화까지, 이 모든 것이 오히려 한국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이기게 하고, 위기를 극복하게 하고, 새로운 도전에 과감히 맞서며 새 역사를 창조해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믿는다. 대통령이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자주 기업인들과 함께 국익과 국격을 위해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가. 정상 순방의 성과들이 현실에서 제대로 꽃 피우게 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자 소명이 아닌가.

최근 어느 교수가 책에 쓴 진심 어린 고백을 나누고자 한다. ‘나는 한 시민으로 낙제점이다. 이웃과 공존하는 대신 내 고집과 집념만 앞세우며 살았다.’ 성공과 출세의 논리, 자기진영의 이해관계에 매몰된 결과에 대한 고백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다들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하는 무의식적인 방종, ‘남들도 그렇게 하는데 나도…’라는 치졸한 이기주의, ‘나만 왜 손해를 보나’ 하는 비겁한 개인주의까지 우리 공동체와 시민의식을 훼손하는 악성 바이러스는 많다. ‘내가 하지 않아도 남이 하겠지’라는 무책임한 편승주의, ‘목소리 높이더라도 우선 내 몫부터 챙기고 보자’는 저급한 경쟁의식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우리 사회는 이제 유례없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그 학자의 고언(苦言)을 가슴 깊이 나눴으면 한다. 거기서 우리 조국을 ‘더 멋진 나라’로 만들어갈 새로운 동력이 나오지 않을까.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