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의 인사말을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의 인사말을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공무원 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하고 오는 5월2일로 잠정 합의한 개혁안 처리 시한을 최대한 지키기로 했다. 야당은 개혁안 처리의 전제 조건으로 국민대타협기구의 합의와 공무원 단체의 동의를 내세웠다.

박대통령 "경제 일어나게 도와달라"…문재인 "총체적 위기"
박 대통령은 17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3자 회동을 하고 공무원연금 개혁, 가계부채 증가 대책 등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자신이 주장해 온 소득 주도 성장으로의 정책 기조 대전환을 촉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대통령과 야당의 수장이 경제 정책을 놓고 큰 의견 차이를 보임에 따라 정국에는 한동안 긴장감이 조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 법안 처리를” “삶의 질 제고 실패”

2012년 18대 대선에서 여야 후보로 맞붙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한자리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약 27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중동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중동 국가들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기존 에너지·건설 등의 분야를 넘어 정보통신기술(ICT)이나 보건의료 등으로 산업을 다각화하는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제2의 중동붐이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연결돼서 경제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부 정책들은 국회 입법을 통해 마무리된다”며 “중동 순방 결실이 국민과 기업들에 더 큰 혜택으로 가도록 해 경제가 크게 일어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총체적 위기’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지금 우리 경제가 너무 어렵고, 국민들이 먹고살기가 정말 힘들다”며 “민생을 살려야 하는데 정부 경제정책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인상을” “그럴때 아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원칙적인 공감대를 이뤘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합의된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고, 문 대표는 “합의한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며 “국민대타협기구의 합의와 공무원 단체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정부안을 내놓으면 야당도 자체 개혁안을 제시해 대타협기구에서 함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 전·월세난 해법, 최저임금 문제 등에 대해선 시각차를 드러냈다. 문 대표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여서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서민증세만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지만, 김 대표는 “지금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이 다 죽는다.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인센티브를 축소하고 최저한세율도 올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도 “대기업 투자세액 공제를 줄이는 등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해왔다”고 했다.

저임금 문제에 대해 문 대표는 두 자릿수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대표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전·월세난과 관련해 “금리 인하로 부동산에 자금이 몰리면 전·월세 가격은 더 올라갈 것”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전·월세 상한제를 잘못 도입하면 시장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고 반대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전세가격 상승은 저금리 저성장 구조로 전환되면서 전세 공급이 감소해 오르는 측면이 있다.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세금 폭탄 논란을 빚었던 연말정산 문제와 관련해 문 대표는 “연봉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 증가가 없고 5500만원부터 7000만원까지는 2만~3만원밖에 늘지 않게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요구했고, 박 대통령은 “5500만원 이하 소득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를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도 정례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정호/도병욱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