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적자에도 R&D '뚝심'…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우뚝'
국내 한 중소 바이오벤처기업 연구원들이 쓴 논문이 2003년 9월 네이처 표지에 실렸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몸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원리를 밝힌 논문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표지 논문에 한국인이 쓴 논문이 실린 것은 처음이었다. 이 바이오벤처기업은 12년 뒤 한국의 22번째 신약인 관절염 진통소염제 ‘아셀렉스’를 개발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얘기다.

◆신약 개발 ‘한우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00년 설립된 바이오벤처기업이다. 설립 이후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해 14년여 동안 줄곧 적자를 냈다. 2013년에는 매출 48억원에 영업적자 6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벤처캐피털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고 정부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14년을 버텨왔다.

14년간 적자에도 R&D '뚝심'…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우뚝'
이 회사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아셀렉스에 대한 판매허가를 받았다. 그동안의 신약 개발 노력이 결실을 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웅제약과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다국적 제약사들과 해외 판권 계약 협상도 진행 중이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66·사진)는 “신약을 실질적으로 상용화한 바이오벤처기업은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LG화학기술연구원(현재 LG생명과학연구소) 바이오텍연구소장 출신이다. 박사 출신 직원이 250여명에 달했고, 한 해 동안 쓸 수 있는 연구비만 500억원이었다. 전무이사까지 올라 연봉 2억원을 받을 정도로 개인적으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자유롭게 연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52세 늦깎이로 바이오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조 대표는 “창업을 한다고 하니 후배 11명이 따라 나왔다”며 “우수한 인력이 함께해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약 기반기술 확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구조 규명기술(SPS) 등 신약 개발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치료제가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하고 약효를 발휘하는지 규명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약효는 높고 부작용은 적은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한 아셀렉스는 1일 1회 복용해도 된다. 복용 용량도 2㎎으로 적다. 퇴행성관절염 소염진통제 1위인 화이자의 ‘쎄레브렉스’는 100~200㎎을 복용해야 한다. 조 대표는 “기존 제품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위궤양, 장출혈 등 부작용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세계 퇴행성관절염 소염진통제 시장은 18조원 규모다. 한국 시장만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 대표는 “슈퍼박테리아 박멸 신개념 항생제, 분자표적 항암제 등 신약 개발도 하고 있다”며 “향후 2~3년 뒤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