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헷갈리는 서울시의 '강남 물난리' 설명
‘서울시-서초구, 강남역 물난리 해법 놓고 또 충돌’이라는 본지 가판 보도가 나간 직후인 지난 17일 서울시 주무부서 관계자들로부터 잇달아 전화를 받았다. 이들은 “삼성 사옥 연결통로는 강남역 침수 원인 중 10%도 되지 않아 미미하다”고 털어놨다.

서울시의 기자설명회 발표와는 상반되는 얘기였다. 서울시는 여름철마다 되풀이되는 강남역 일대 침수의 중요한 원인으로 삼성 서초사옥 연결통로의 시공 오류를 꼽았다. 시 고위 관계자는 “연결통로가 설치된 탓에 하수관의 일부 구간이 높아져 전체 통수능력의 15%밖에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며 “(강남역 침수를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삼성 사옥 연결통로의 이전이나 폐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연합 등 시민단체는 그동안 삼성 서초사옥 연결통로가 잘못 지어진 탓에 강남역 일대의 침수가 잦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시가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시 관계자는 “다른 곳에 비해 지대가 낮은 저지대 지형과 반포천의 통수능력 부족이 강남역 침수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을 바꿨다. 서초구 관계자의 설명과 비슷했다.

시 내부에서조차 다른 얘기가 나왔다. 시의 한 관계자는 “기자설명회 질의응답 도중 삼성 사옥 얘기가 불거지면서 초점이 흐려진 것 같다”고 했다. 삼성 서초사옥의 하수관이 완공된 건 2012년이다. 집중호우로 강남역에 물난리가 난 것은 그 이전인 2010년과 2011년이다. 하수관이 강남역 침수의 근본 원인이었다면 2010년과 2011년에 발생한 강남역 물난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 삼성 사옥 인근 하수관로는 하류측이 약 1.8m 높은 기형적인 구조로 잘못 설계된 것은 맞다. 이 때문에 물 흐름이 막히면서 침수를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관할구청인 서초구가 당시 잘못된 설계구조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도 문제다. 하지만 강남역 침수의 근본 원인은 별개 문제다. 서울시의 헷갈리는 기자설명회 탓에 강남역 침수 해법이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