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부실 정책대출을 이대로 놔두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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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책임 애매한 미소금융처럼
강요된 대출 탓 법인세도 소실
대손비용 낮춰 금융경쟁력 높여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강요된 대출 탓 법인세도 소실
대손비용 낮춰 금융경쟁력 높여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
국내 대학에서 토론식 강의는 정말 어렵다. 토론 참여 실적을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공지하면 수강신청 정정기간에 학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막상 취업시즌이 다가오면 면접 대비 스터디그룹을 만드느라 야단법석이고 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1970년대 후반 필자는 교직과목을 이수하면서 서울여상 졸업반 회계과목을 가르쳤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치른 직후였고 단단히 준비했지만 여학생 수재의 질문공세는 예리했다. “바람 부는 날 은행에서 수표를 찾아오던 중 놓쳤다가 다시 잡았을 경우 어떻게 회계처리하나요?” 뭐라고 대답해도 말꼬리 잡힐 질문에는 우회전술을 구사했다. “꽉 잡아야 한다. 바람 부는 날에는 회계처리보다 수표 지키기에 신경 써야 한다.” 더 복잡한 질문도 많았다. “받을 채권을 못 받게 되면 대손비용으로 처리하는데 거래 상대방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대답은 간단했다. “빨리 숨어야 한다. 회계처리 먼저 했다가는 사기죄를 자백하는 꼴이 된다.”
부실채권은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의 골칫거리다. 금융회사는 철저한 심사로 안전한 대출처를 찾는다. 신용평가회사가 신용등급을 낮추면 즉시 여신한도를 줄이고 자금회수에 나선다. 부실이 심화되면 대손비용을 더 계상하고 대손충당금을 늘린다. 대손 규모는 금융회사 실적에 결정적 변수다. 신한금융그룹이 수익성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도 철저한 채권관리로 대손을 줄였기 때문이다.
정부 기금이 투입되면 대손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리 주체의 책임의식도 약하고 빌린 측의 긴장감도 덜하다.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여도 문제다. 국세청에서 졸업생 취업 현황을 확인해 근로소득세와 함께 분할 징수한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경우 대여금 상환에 부담이 크다. 정부가 오지랖 넓게 학자금 대여를 확대하자 대학의 자체 장학금 모금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장학금을 확충하고 정부예산을 더 배정해 빚더미를 짊어지고 사회로 나가는 청년 숫자를 줄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 작품인 미소금융도 문제가 많다. 은행 및 보험회사 휴면예금과 대기업 기부금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장기간 찾아가지 않는 예금과 보험금은 법률적으로는 시효완성으로 지급의무가 소멸된다. 그러나 금융회사 신용을 유지하려면 예금주 요구에 언제라도 지급해야 한다. 금융회사 휴면예금을 미소금융중앙재단이 현금으로 넘겨받았다. 금융회사가 정상적으로 수익처리했더라면 법인세를 냈겠지만 그냥 넘겨줘 세금도 없었다. 대기업 기부금은 손금으로 처리해 법인세 혜택까지 받았다. 미소금융 재원에는 법인세로 받을 국고가 포함된 셈이다.
금융회사와 대기업 장부에서 이미 제거됐기 때문에 미소금융의 관리책임은 애매하다. 재단 홈페이지를 보면 대출채권 중 대손율이 매우 높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이자수익은 289억원인데 대손과 운용비용이 180억원이나 된다. 대손 때문에 머지않아 재원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남은 휴면예금을 예금보험공사에 넘기고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벤처기업에 은행자금 투입을 강요하는 정책도 문제다. 새로 창업한 신생벤처는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위험가중치가 높아 채권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떨어뜨린다. 원래 신생벤처는 지분형태의 자금이 적합하다. 신생벤처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법이 국회에서 2년째 표류하고 있는데 이를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 정책으로 강요한 대출 때문에 대손이 증가하면 은행 경쟁력이 저하되고 다른 건전한 대출처에 피해가 돌아간다.
대손비용은 손금으로 인정돼 법인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돈을 안 갚는 측은 이득에 대한 회계처리가 없기 때문에 세금부담도 없다. 비대칭적 구조로 인해 소실되는 법인세가 엄청나다. 대손처리와 관련된 사항을 기업으로부터 전산자료로 제출받아 국세청 전산망을 통해 보유재산을 추적, 소득세 또는 증여세를 받아내야 한다. 유난히 높은 대손비용을 낮춰 법인세 소실을 막고 금융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1970년대 후반 필자는 교직과목을 이수하면서 서울여상 졸업반 회계과목을 가르쳤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치른 직후였고 단단히 준비했지만 여학생 수재의 질문공세는 예리했다. “바람 부는 날 은행에서 수표를 찾아오던 중 놓쳤다가 다시 잡았을 경우 어떻게 회계처리하나요?” 뭐라고 대답해도 말꼬리 잡힐 질문에는 우회전술을 구사했다. “꽉 잡아야 한다. 바람 부는 날에는 회계처리보다 수표 지키기에 신경 써야 한다.” 더 복잡한 질문도 많았다. “받을 채권을 못 받게 되면 대손비용으로 처리하는데 거래 상대방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대답은 간단했다. “빨리 숨어야 한다. 회계처리 먼저 했다가는 사기죄를 자백하는 꼴이 된다.”
부실채권은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의 골칫거리다. 금융회사는 철저한 심사로 안전한 대출처를 찾는다. 신용평가회사가 신용등급을 낮추면 즉시 여신한도를 줄이고 자금회수에 나선다. 부실이 심화되면 대손비용을 더 계상하고 대손충당금을 늘린다. 대손 규모는 금융회사 실적에 결정적 변수다. 신한금융그룹이 수익성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도 철저한 채권관리로 대손을 줄였기 때문이다.
정부 기금이 투입되면 대손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리 주체의 책임의식도 약하고 빌린 측의 긴장감도 덜하다.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여도 문제다. 국세청에서 졸업생 취업 현황을 확인해 근로소득세와 함께 분할 징수한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경우 대여금 상환에 부담이 크다. 정부가 오지랖 넓게 학자금 대여를 확대하자 대학의 자체 장학금 모금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 장학금을 확충하고 정부예산을 더 배정해 빚더미를 짊어지고 사회로 나가는 청년 숫자를 줄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 작품인 미소금융도 문제가 많다. 은행 및 보험회사 휴면예금과 대기업 기부금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장기간 찾아가지 않는 예금과 보험금은 법률적으로는 시효완성으로 지급의무가 소멸된다. 그러나 금융회사 신용을 유지하려면 예금주 요구에 언제라도 지급해야 한다. 금융회사 휴면예금을 미소금융중앙재단이 현금으로 넘겨받았다. 금융회사가 정상적으로 수익처리했더라면 법인세를 냈겠지만 그냥 넘겨줘 세금도 없었다. 대기업 기부금은 손금으로 처리해 법인세 혜택까지 받았다. 미소금융 재원에는 법인세로 받을 국고가 포함된 셈이다.
금융회사와 대기업 장부에서 이미 제거됐기 때문에 미소금융의 관리책임은 애매하다. 재단 홈페이지를 보면 대출채권 중 대손율이 매우 높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이자수익은 289억원인데 대손과 운용비용이 180억원이나 된다. 대손 때문에 머지않아 재원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남은 휴면예금을 예금보험공사에 넘기고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벤처기업에 은행자금 투입을 강요하는 정책도 문제다. 새로 창업한 신생벤처는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에 위험가중치가 높아 채권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떨어뜨린다. 원래 신생벤처는 지분형태의 자금이 적합하다. 신생벤처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법이 국회에서 2년째 표류하고 있는데 이를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 정책으로 강요한 대출 때문에 대손이 증가하면 은행 경쟁력이 저하되고 다른 건전한 대출처에 피해가 돌아간다.
대손비용은 손금으로 인정돼 법인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돈을 안 갚는 측은 이득에 대한 회계처리가 없기 때문에 세금부담도 없다. 비대칭적 구조로 인해 소실되는 법인세가 엄청나다. 대손처리와 관련된 사항을 기업으로부터 전산자료로 제출받아 국세청 전산망을 통해 보유재산을 추적, 소득세 또는 증여세를 받아내야 한다. 유난히 높은 대손비용을 낮춰 법인세 소실을 막고 금융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