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성공하는 창업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한 신설법인은 약 8만5000개라고 한다. 그중 30대 미만이 창업한 곳은 3500개다. 2011년에 비해 35% 이상 늘어난 수치다. 취업이 힘들다 보니 창업을 선호하게 되는 현실의 반증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증가하는 창업률만큼 실패율도 높은 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사업체의 1년 생존율은 40대 대표자가 62%로 가장 높았고, 30대 미만은 48%로 가장 낮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첫 직장에 다닐 때였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조직의 문제점이 보이고 어려움도 많았다. 아마 그즈음 처음으로 창업을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창업하기엔 자본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 제약회사에 재직할 때였다. 영업을 할 때 전국 병의원을 돌아다니며 의사들을 만났다. 그때 의미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문의를 취득하고 바로 개원하는 의사보다 오랫동안 전공의로, 스태프로 근무하다가 개원한 의사가 더 잘되는 것을 봤다. 업무 총괄을 하면서 만난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험에 합격해 바로 변호사 사무소를 차린 이들보다 오랜 판·검사 생활 끝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변호사의 성과가 훨씬 좋았다.

나는 제약회사에서 영업, 생산, 관리 등 다양한 부문을 거치면서 부사장까지 올랐다.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40대 초반에 창업할 때 많은 이들이 나를 ‘바보’라고 했다. 하지만 스스로 ‘준비가 됐다’는 믿음이 있었다. 오랜 기간의 준비가 지금의 성공을 만들어 줬다.

먼저 창업한 선배로서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자기 사업을 하려면 ‘케이스 스터디(사례분석)’를 열심히 하길 바란다. 경영 실무 사례를 많이 경험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청년 창업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창업하기 전에 먼저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입사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생계형 창업 비율은 덴마크 네덜란드보다 6배 정도 높지만 기술력 창업은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충분히 준비된 기술력 창업이 생계형 창업보다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아닐까. ‘취직이 안 되니 창업이라도 하자’가 아닌, 창업을 위한 큰 밑그림을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임이 분명하다.

윤동한 < 한국콜마 회장 yoon@kolma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