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사에서 시작된 검찰수사가 경남기업과 석유공사로 확대됐다. 포스코건설은 해외 비자금조성 혐의라더니 이번에는 러시아 유전사업이 타깃이라고 한다. 이전 정부의 자원외교 겨냥설도 들리지만 그렇게 국한되는 것 같지도 않다. 신세계, 동부에도 검찰이 들어갔고 SK건설도 검찰에 불려가게 됐다. 대통령까지 “비리 덩어리를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으니 사정 한파는 당분간 더 거세질 전망이다.

부정부패는 성역 없이 근절돼야 한다. 검은 거래로는 경제살리기도, 소득 3만달러도 불가능하다. 다만 동시다발 전방위 수사에 기업만 줄줄이 소환되는 모습에 재계가 바짝 얼어붙은 것도 사실이다. 기업인들만 하나씩 손봐주는 식의 사정으로 끝나고 말 것인가. 무너지는 사회 기강, 방종의 극을 달리는 민주주의, 법치 위의 정치라는 한국병의 근원은 손도 못 댄 채 잔가지만 치다가 끝날 것일까.

잘못된 유착에 기댄 적폐는 당연히 기업에도 없진 않을 것이다. 이는 청산돼야 마땅하다. 문제는 그런 구습이 대개 정치가 요구하는 정경(政經)관계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정치과잉과 입법만능, 국회 독주의 오도된 민주주의가 서서히 구축한 먹이사슬이었던 것이다. 정기국회 때 증인으로 신청만 돼도, 상임위원회에 한두 번 불려만 가봐도 기업은 정치권을 어떻게 모셔야할지 즉각 알아차리게 된다. 법치는 뒷전이고, 민주적 가치는 파워게임에 밀려나고, 국회의원이면 언제나 ‘절대 갑’인 사회에서 몇몇 기업인만 처벌한다고 치료가 될 것인가.

정치가 문제다. 절실한 경제법들은 보류되고 엉뚱한 규제 법만 양산되면 로비의 문턱은 높아진다. 검은 거래는 그렇게 이어졌다. 기업 비리는 그 결과일 뿐이다. 구태 정치, 오도된 민주주의라는 원인을 도려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기획 사정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법치와 민주적 가치가 무너지고 정치 우위가 지속되면 수사받을 기업은 더 나올 수밖에 없다. ‘정치는 면책’이라고 한다면 이는 사정도 아니다. MB정권 파헤치기 식이라면 역시 사정도 아니다. 누적된 정치권의 적폐를 도려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시대적 소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