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축구 대표팀을 맡을 당시 유기흥 감독(오른쪽). 유 전 감독은 2007년부터 2년간 축구 최빈국 부탄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을 지휘했다. 연합뉴스
부탄 축구 대표팀을 맡을 당시 유기흥 감독(오른쪽). 유 전 감독은 2007년부터 2년간 축구 최빈국 부탄 성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을 지휘했다.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꼴찌’ 부탄(209위)이 월드컵 데뷔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부탄 돌풍의 배경에 한국인 지도자 유기흥 전 부탄 대표팀 감독(68)이 있어 화제다.

부탄은 17일(현지시간) 부탄 팀푸의 창리미탕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 2차전 홈경기에서 스리랑카(FIFA 랭킹 174위)를 2-1로 꺾었다. 지난 12일 스리랑카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이긴 부탄은 합계 3-1로 스리랑카를 따돌리고 2차 예선에 올랐다.

FIFA 랭킹 순위표 맨 아래인 209위에 있는 부탄은 월드컵 첫 번째 출전에서 2연승을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다. 부탄이 국가대표 공식 경기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불과 다섯 번째다. ‘부탄의 호날두’라는 별명이 붙은 첸초 겔첸이 해결사로 날았다.

전반 5분 선제골을 넣은 그는 스리랑카가 전반 34분 자르완의 골로 추격에 나서자 후반 45분 한 골을 더 뽑아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월드컵 2차 예선은 부탄 등 1차 예선을 통과한 6개국에 나머지 34개국 등 총 40개국이 5팀씩 8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이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조별 1위 팀과 각 조 2위 중 상위 성적 4팀이 월드컵 최종 예선에 오른다.

유 전 감독은 “그때 가르친 제자들이 전부 다 성장했고 당시 코치였던 초키 니마가 지금은 감독이 됐다”며 ‘꼴찌의 반란’에 기뻐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유 전 감독은 2007년부터 2년간 부탄 성인 축구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을 지도했다.

후배인 고(故) 강병찬 감독이 부탄 대표팀을 먼저 맡다가 암 투병으로 사망하자 그의 임기를 채우고자 2006년 석 달가량 부탄 대표팀을 맡은 게 인연이 돼 이듬해 정식 사령탑이 된 것이다. 유 전 감독은 “처음에 가보니 축구 수준이 너무 뒤떨어져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청소년부터 다시 뽑아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부탄에는 경기를 펼칠 만한 제대로 된 운동장이 없었다. 선수들은 수업을 듣고 생업을 따로 하면서 선수 생활을 했다. 유 전 감독은 “태릉선수촌처럼 선수들을 모아놓고 먹여주고 재워주며 훈련했다”고 떠올렸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