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총재직을 맡지 않거나, 중국에 본부를 두지 않는다는 조건 등이 충족돼야 AIIB에 가입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중심의 AIIB 지배구조를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창설 과정에서 한국이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국익과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중국이 AIIB 본부와 총재직을 모두 가져가는 것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조건부 가입 방침을 이달 내 중국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이 부총재직 한 자리를 맡아야 한다는 의사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말 AIIB를 창설할 계획이다. 이달 말까지로 시한을 정해두고 각국의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최소 5조달러 규모의 아시아 인프라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한국에 가입을 독촉해 왔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최대주주(지분율 15.6%)인 미국은 AIIB 지배구조가 중국 중심으로 치우칠 것을 우려해 주요국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한편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날 “경제적 실익만 갖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고도의 외교적 판단도 필요하다”며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 AIIB

중국이 올해 말 창설을 목표로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가입국에서 최대 1000억달러의 자본금을 모아 아시아 국가의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게 목적이다. 미국과 일본이 최대주주인 기존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 성격을 띠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