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러시아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 문을 닫고 있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동차 생산공장의 가동을 올해 중반부터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GM은 2008년 문을 연 이 공장에서 준중형차 쉐보레 크루즈와 소형차 오펠 아스트라, 고급차 캐딜락 일부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이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1000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GM은 쉐보레 아베오를 위탁 조립 생산해 온 중부 니즈니노보고로드의 러시아 자동차 생산업체 GAZ와의 계약도 올해 안에 끝낼 계획이다. 또 오펠 브랜드를 올해 말까지만 러시아에서 판매하고 내년부터는 팔지 않기로 했다. 쉐보레 대중 모델도 판매를 중단하고 콜벳, 카마로, 타호 등 프리미엄급 모델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GM은 그러나 러시아 자동차 메이커 아프토바즈와 합작해 온 쉐보레 니바 생산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댄 암만 GM 사장은 “러시아 비즈니스 모델 변경은 장기적 성공을 확보하기위한 글 로벌 전략의 일부”라며 “불명확한 장기 전망을 가진 시장에 대한 투자를 피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GM의 생산 중단 결정에는 러시아의 경기 침체와 루블화 가치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와 사업을 하는 유럽 기업들의 모임인 유럽비즈니스협회(AEB)에 따르면 러시아에서의 작년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올 1∼2월에는 감소폭이 더 커져 작년 같은기 간보다 38%나 줄었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 판매량이 각각 29%와 20% 줄었던 GM의 쉐보레와 오펠은 올 2월 들어 선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4%와 86%나 하락했다. AEB 자동차 생산업자위원회 위원장 이오르그 슈라비버는 “현재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심각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개월이 아주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현지 공장의 문을 닫는 글로벌 기업이 GM만은 아니다. 이달 초 펩시코와 코카콜라 헬레닉 보틀링은 러시아에 있는 공장 한 곳 씩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월에는 덴마크의 주류업체인 칼스버그가 러시아에서 2개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프 랑스의 식품전문업체 다논의 러시아 법인도 경기가 더 악화하면 일부 유제품 생산공장의 문을 닫을 방침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