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에 대한 금융시장과의 소통 방식을 본격적으로 변경했다.

재닛 옐런 Fed 의장
재닛 옐런 Fed 의장
금융위기 이후 0∼0.25%로 떨어진 기준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에서 '언제 올리느냐'로 시장의 관심이 바뀐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됐지만, Fed가 통화정책의 방향을 더 모호하게 제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Fed는 18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종료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통화정책 정상화 착수에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구를 없앴다.

'인내심'이라는 말은 지난해까지 쓰였던 '상당 기간'과 함께 Fed가 정책결정 전 시장에 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주는 신호나 힌트, 즉 선제안내(포워드가이던스) 문구였다.

이번 성명에서 Fed는 "노동시장의 추가 개선이 목격되고 물가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설 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설명은 지금까지 쓰인 '상당 기간'이나 '인내심' 같은 단어나 문구가 있느냐를 가지고 통화정책의 변경 시점을 가늠할 수는 없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4월 회의에서 금리 범위를 올릴 경제 여건이 조성되지 않겠지만, 이후의 회의

때에는 언제든 조성될 수 있다"거나 "성명에서 인내심이라는 단어를 제거한 게 조바심을 보인다(impatient)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Fed에서 발표한 자료들 중에서 금리 인상 시점을 예측할 다른 신호를 찾아나섰고, 그 결과 중 하나가 FOMC 위원들의 연도별 목표금리 예상치를 취합한 '점도표'다.

17명의 위원이 연도별로 생각하는 적정 기준금리를 점으로 표시한 이 도표는 분기마다 한번씩 발표되는데, 각 위원들이 생각하는 적정 기준금리와 그렇게 도출된 수치들의 중간값의 변동이 앞으로의 기준금리 동향을 예측하는 도구로 쓰이게 된다.

이번 성명에서 올해의 적정 기준금리로 제시된 수치의 중간값은 0.625%로 지난해 12월 성명 때의 1.125%보다 낮아졌고, 내년분으로 제시된 수치의 중간값도 2.5%에서 1.875%로 내려갔다.

이를 토대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오는 6월이라기보다는 9월 이후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풀이했다.

기준금리를 한번에 큰 폭으로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FOMC 위원들이 제시하는 연말 금리 수준이 높으면 여러 번 금리를 올려야 하고 따라서 금리인상 시점도 빨라지게 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 추론이다.

선제안내를 제시하던 이전의 방법과 비교해 기준금리 동향을 예측하기가 모호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나선 옐런 의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앞으로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고 어떤 방향으로 경제가 진전될지 모르기 때문에 Fed가 확실성을 제공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