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시장 흔들 '숨은 로컬 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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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RI 경영노트
최근 개별 국가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지역(로컬) 강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인도의 마이크로맥스, 러시아의 플라이, 프랑스의 위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샤오미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컬 강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로컬 강자의 본모습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글로벌 브랜드 뒤에 숨어서 성장하려는 로컬 강자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단시간에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자 한다.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이 빠르고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기업도 있다. 외주 생산 전문 기업인 폭스콘은 노키아, 블랙베리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한 노키아의 태블릿 PC N1,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Z3의 경우 폭스콘은 생산 외에도 개발, 유통, 판매까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부상하는 로컬 브랜드와 그 뒤에 숨어서 성장하는 로컬 강자 간 파트너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프랑스 휴대폰 시장 점유율 10.3%로 3위를 차지한 위코, 러시아 휴대폰 시장 점유율 8.8%로 4위에 오른 플라이, 그리고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중국의 티노 모바일이 대표적이다. 위코, 플라이가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데 주력한다면, 티노 모바일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집중한다. 로컬 강자 간 역할 분담을 통해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기업의 규모를 줄여서 경쟁을 회피하는 기업도 있다. 중국의 비보와 오포의 성장 추이를 보면 쌍둥이처럼 닮았다. 외견상 드러나지 않지만 부부가오(步步高·BBK)라는 동일한 소유주 아래 느슨하게 연결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에 주력하기 위해 설립한 원플러스까지 포함해 각기 다른 세그먼트에 비보, 오포, 원플러스를 별개의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방법으로 수년 동안 경쟁사의 주목을 피할 수 있었다.
이처럼 로컬 강자들이 본체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샤오미가 스마트폰에 진입한 지 4년 만에 에릭슨, 화웨이, ZTE 등에 특허 공세를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부가오가 지난 10여년간 경쟁사의 주목을 피해 시간을 번 것만은 분명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소 규모의 로컬 강자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개발, 생산, 영업, 마케팅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역량을 육성하는 것과 대조된다.
향후 중저가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선도 기업과 후발 주자의 격차가 줄어든다면 로컬 강자의 성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로컬 강자의 부상은 단순히 새로운 경쟁 기업의 도전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과 게임 룰 변화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다. 이 경우 우리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유형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홍일선 < LG경제硏 연구원 >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샤오미 역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컬 강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로컬 강자의 본모습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글로벌 브랜드 뒤에 숨어서 성장하려는 로컬 강자가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단시간에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자 한다. 자체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활용하는 것이 빠르고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안정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기업도 있다. 외주 생산 전문 기업인 폭스콘은 노키아, 블랙베리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출시한 노키아의 태블릿 PC N1,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Z3의 경우 폭스콘은 생산 외에도 개발, 유통, 판매까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부상하는 로컬 브랜드와 그 뒤에 숨어서 성장하는 로컬 강자 간 파트너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프랑스 휴대폰 시장 점유율 10.3%로 3위를 차지한 위코, 러시아 휴대폰 시장 점유율 8.8%로 4위에 오른 플라이, 그리고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중국의 티노 모바일이 대표적이다. 위코, 플라이가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고객을 설득하는 데 주력한다면, 티노 모바일은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집중한다. 로컬 강자 간 역할 분담을 통해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기업의 규모를 줄여서 경쟁을 회피하는 기업도 있다. 중국의 비보와 오포의 성장 추이를 보면 쌍둥이처럼 닮았다. 외견상 드러나지 않지만 부부가오(步步高·BBK)라는 동일한 소유주 아래 느슨하게 연결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에 주력하기 위해 설립한 원플러스까지 포함해 각기 다른 세그먼트에 비보, 오포, 원플러스를 별개의 기업으로 포지셔닝하는 방법으로 수년 동안 경쟁사의 주목을 피할 수 있었다.
이처럼 로컬 강자들이 본체를 드러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샤오미가 스마트폰에 진입한 지 4년 만에 에릭슨, 화웨이, ZTE 등에 특허 공세를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부가오가 지난 10여년간 경쟁사의 주목을 피해 시간을 번 것만은 분명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중소 규모의 로컬 강자들이 파트너십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 개발, 생산, 영업, 마케팅 등 가치사슬 전반에서 역량을 육성하는 것과 대조된다.
향후 중저가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고, 선도 기업과 후발 주자의 격차가 줄어든다면 로컬 강자의 성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로컬 강자의 부상은 단순히 새로운 경쟁 기업의 도전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과 게임 룰 변화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다. 이 경우 우리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유형의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홍일선 < LG경제硏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