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기막힌 비밀이 판도라처럼 열린다면…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던 주부 세실리아는 둘째 아이에게 보여줄 베를린 장벽 조각을 찾기 위해 다락방에 올라간다. 그는 우연히 다락방에서 자신 앞으로 써 둔 남편의 비밀 편지를 발견한다.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이란 글귀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궁금증이 커진 세실리아는 결국 편지를 뜯는다.

영미권에서 사랑받는 인기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신작 허즈번드 시크릿(마시멜로)은 제목 그대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남편의 비밀을 다룬 작품이다. 세상 누구보다 서로에게 의지하고 속을 터놓는 사이가 부부라지만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있다.

세실리아는 비밀 편지를 읽으며 남편이 오래전 저지른 ‘큰 잘못’를 알고 충격에 빠진다. 그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가족의 삶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 갈등한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침묵할 것인가, 진실을 파헤칠 것인가.

소설 속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더 등장한다. 테스는 사랑하는 남편, 사촌 여형제와 함께 회사를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듯했지만 남편이 사촌과 사랑에 빠졌다는 끔찍한 이야기를 듣는다. 또 다른 주인공 레이철은 30년 전 딸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을 잡지 못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각자가 처한 고통스러운 현실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점차 이들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독자들을 긴장하게 한다.

작품 속 배경이 되는 부활절 고난 주간은 용서받지 못할 실수와 인생의 고난을 암시한다. 소설은 독자들을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할지도 모르는 고통에 몰아넣는다. 그런 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다.

모리아티는 중년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인생의 위기를 긴장감 있는 문체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작가다. 지난해 국내에 소개된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마시멜로)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허즈번드 시크릿 또한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선정됐고, 2013년 1000만부 이상 팔리며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4위에 올랐다. 536쪽, 1만48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