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어설픈 상상은 발전의 장애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1998년 이동통신 광고 문구다. 이때만 해도 휴식은 기계를 끄고 자연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동시에 켜 놓고 TV 시청과 웹서핑, 메신저를 동시에 한다. 스마트 기기 등장으로 휴식의 의미가 변했다. 그렇다면 휴식을 위한 모바일 기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엔 쉽게 기계를 끌 수 있거나 알아서 꺼지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은 더 많은 화면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답일 수 있다.

데이터 분석가인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상상하지 말라》에서 데이터를 통해 통찰을 얻는 과정과 사람들이 원하는 진짜 욕망을 파악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는 그 출발점으로 어설픈 상상을 버리고 철저히 관찰할 것을 주문한다.

예컨대 ‘가족의 저녁식사’라고 하면 우리는 일일연속극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잘 차려진 상에 3대가 모여 화목하게 웃는 장면이다. 하지만 현실은 ‘각자의 저녁’으로 변한 지 오래다. ‘싱글’의 삶은 로맨스를 즐기는 전문직 골드미스의 모습으로 상상한다. 하지만 실상은 대충 입고 먹는 ‘자취생’이다.

저자는 철저한 관찰을 위해 선입견과 ‘기득지’(旣得智)를 버리라고 말한다.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상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