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임금 문제로 또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일방적인 임금인상안을 내던지더니 엊그제는 부당함을 지적하는 입주기업인들의 건의문 접수조차 거부했다. 2년 전처럼 또 공단을 볼모 삼아 도발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우리 정부는 “상호 합의를 지키라”며 아직은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언제 흔들릴지 알 수 없다. 정부는 물론이고 입주기업들도 생떼에 굴복해선 안 된다. 원칙이 무너지면 저들의 요구는 끝이 없어진다는 게 그간의 교훈이다.

북이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고친 건 지난해 11월이었다. 지난달엔 근로자 최저 월급여를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올리겠다고 멋대로 발표했다. 공단을 공동 운영키로 한 합의를 정면 위반한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운영의 주도권을 쥐면서 남북관계의 새 고리로 삼겠다는 얄팍한 계산이라고 봐야 한다. 북은 계속 떼를 쓸 공산이 크다. 우리 측 기업 대표단과 2시간이나 면담을 하기도 했으나 저들은 건의문 접수조차 거부하고 말았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합리적 이유도 없이 들어주면 공단 발전은 그 길로 끝이다.

한 차례 임금인상으로 끝날 요구도 아니다. 지난해 보내온 ‘개성공업지구법 기업창설운영규정 시행세칙’이란 것의 개정 초안에는 더 살벌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남북 기업들 간 계약이 끝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손해를 배상할 때까지 책임자를 억류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인을 볼모로 잡겠다는 공갈이다. 이런데도 일부 입주기업 대표가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임금인상 건을 연결시키려 드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질이 나쁜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그러고도 나중에 일이 터지면 정부를 탓할 작정인가.

위기가 터지면 개성공단이 어떤 상황이 되는지는 2013년 넉 달 이상 조업중단과 일방적인 폐쇄 때 이미 충분히 절감했다. 달러가 궁해질수록 요구는 턱없이 늘어날 것이다. 입주기업이 인질화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공단폐쇄 외엔 대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