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용 하림 대표(왼쪽)와 류성식 육군 부사관학교장이 협약서를 들고 악수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eon@hankyung.com
이문용 하림 대표(왼쪽)와 류성식 육군 부사관학교장이 협약서를 들고 악수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eon@hankyung.com
“1차 산업인 양계업을 2차, 3차 고부가가치 농식품산업으로 격상시킨 우리 회사 임직원 중 지방대 출신이 90%를 넘습니다. 여러분이 군에서 꿈을 실현한 뒤 사회에서 우리와 인연을 맺고자 한다면 흔쾌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지난 17일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 대식당. 연간 1만3000여명을 교육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군 간부 양성기관과 1사1병영 협약을 맺은 이문용 하림 대표가 부사관후보생 500여명과 식사하기에 앞서 이같이 말하자 환영의 박수 소리가 터져나왔다.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마주 앉은 류성식 학교장(소장·육사 39기)에게 “회사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2003년 자매결연을 맺었던 7공수여단과 회사 바로 옆에 있는 부사관학교가 적극 도와준 덕분에 1년여 만에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7공수 출신 간부 중에서 채용한 1명이 생산담당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부사관학교에는 그런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림이 민·군 교류를 통해 부사관학교와 상생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데에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올바른 국가관과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이곳에서 실시한 1박2일의 병영체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매회 50명가량, 모두 483명의 임직원이 군복을 입고 걷고 뛰며 리더십과 극기력을 배양했다. 젊은 여직원들도 전우 업고 달리기, 단체 줄넘기, 유격체조, 야외식사, 불침번 근무, 고지 정복 체험 등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많은 것을 배웠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용호 이사가 “올가을에는 전 임직원이 2박3일 입소훈련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올해는 진짜사나이에서 여군들이 땀을 흘렸던 학교 내 고산 유격장 훈련까지 포함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식사에 앞서 이 대표는 류 교장의 안내로 2011년 3월1일 학교 창설 60주년을 맞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증정한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란 친필 휘호석을 본 뒤 본관에 들어와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라고 썼다.

하림은 부사관학교장 등 학교 참모진을 이른 시일 내에 본사로 초청, 최첨단 설비와 시스템을 갖춘 공장을 둘러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다음에 올 때는 전역을 앞둔 기간장병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실현하는 것을 주제로 강연하겠다”고 약속한 뒤 학교를 떠났다.

부사관학교는 국방 중기계획에 따라 부사관 인원이 늘어나고 임무도 더 중요해지는 것을 감안해 부사관의 사기와 자부심을 높일 방안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27일 부사관 전투영웅인 고(故) 서부덕 이등상사와 최득수 이등중사의 흉상을 교내에 세웠다. 향후 고 연제근 상사의 흉상과 육탄 10용사 동상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익산=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