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가을·겨울(F/W) 서울패션위크가 이달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됩니다. 한경닷컴은 국내 최대 패션 축제인 서울패션위크 개막을 맞아 패션 한류를 이끌고 있는 서울컬렉션 디자이너들을 만났습니다. 세 편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들이 보는 한국 패션 시장과 패션 한류의 미래에 대해 다룹니다. [ 편집자 주 ]
스티브J&요니P의 배승연(좌), 정혁서(우)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한경닷컴 기자)
스티브J&요니P의 배승연(좌), 정혁서(우)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한경닷컴 기자)
[ 오정민 기자 ] "국내외에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스티브J&요니P'의 용감한 도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문들이 열리기 시작했어요. 내년에는 미국시장에도 보다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입니다."

디자이너 스티브J(본명 정혁서)와 요니P(배승연)는 "영국에서 시작한 브랜드여서 그런지 영국 등 유럽 유수의 백화점을 뚫었다는 점이 뜻깊다"며 말문을 열었다.

서울패션위크에서 스티브J&요니P의 쇼는 특유의 위트 있는 디자인과 남다른 감각을 보기 위한 패션피플로 항상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국 패션계의 새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부부 디자이너를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티브J&요니P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만났다.

디자이너 스티브J와 요니P는 대학에서 커플로 맺어져 공동 브랜드 '스티브J&요니P'를 탄생시켰다. 한국인 디자이너가 빚어냈지만 첫 컬렉션은 영국에서 시작했다. 스티브J와 요니P가 영국 유학시절 만든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두 디자이너는 세계 패션시장의 중추인 파리와 런던, 밀라노 등 유럽 현지에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콜레트, 르봉마쉐와 영국 런던의 셀프리지, 하비니콜스, 리버티에서 수주를 받는 등 런던과 파리 4대 백화점에 모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국 유명 명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네타포르테에도 제품을 입점시켰다. 이 밖에 미국, 중국, 일본 등 10여개국 유명 편집숍과 백화점에서 스티브J&요니P와 자매 브랜드 SJYP 제품을 다루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두 디자이너의 '긍정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무한도전의 결실이다.

스티브J&요니P의 배승연(좌), 정혁서(우)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한경닷컴 기자)
스티브J&요니P의 배승연(좌), 정혁서(우)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한경닷컴 기자)
과거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스티브J는 적록색약을 이유로 한국 의류기업 입사가 좌절된 후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칼리지'로 유학길에 올랐다. 뒤따라 요니P도 한국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접고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 입학했다.

두 디자이너는 영국에서 2006년 스티브J&요니P의 전신인 브랜드 '스티브 요니'를 만들었다. 브랜드를 만든 기념으로 나간 박람회 '브레드앤버터'에서 이들은 유명 제조·직매형 의류(SPA) 톱숍 입점 기회를 획득했다. 유학시절 시간에 쫓기면서도 이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는 제일모직이 후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 기회로 이어졌고, 꿈만 같았던 런던패션위크 데뷔가 성사됐다. 두 디자이너는 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운영을 위해 브랜드명을 스티브 요니에서 두 디자이너의 이름인 스티브J&요니P로 바꿨다. 이후 브랜드 기반을 한국으로 옮긴 두 디자이너는 새 디자인에 목마르던 국내 패션계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두 디자이너는 "명품은 무조건 해외 브랜드라는 소비자와 유통업계의 편견이 많이 없어졌다"며 "유통과 미디어에서도 한국 디자이너를 밀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스티브J&요니P는 2010년 한국에 돌아온 후 줄곧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했고 2011년에는 콘셉트코리아로 선정, 미국에 진출하는 기회를 얻었다.

스티브J&요니P는 다양한 협업(컬래보레이션) 프로젝트로도 유명하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대담하면서 활기찬 특유의 에너지를 더해 수많은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요니P는 "협업은 '디자이너 생활의 활력소'로 언제나 과감히 시도한다"며 "카프리 맥주, BMW MINI 등 기존 의류의 영역을 벗어난 브랜드와의 협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두 디자이너는 그동안 국내에서 디자이너 브랜드 '스티브J&요니P'의 인지도를 쌓은 데 이어 보다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메인 브랜드 스티브J&요니P의 동생 격인 디자이너 데님브랜드 SJYP를 선보였다. 스티브J&요니P의 데님 제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서 착안해 디자이너 감각을 반영한 데님 브랜드를 따로 론칭하기로 한 것.

보다 젊은 스티브J&요니P의 팬들을 위해 만든 SJYP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해외 바이어들도 매혹됐다. SJYP는 지난해 7월 첫 컬렉션을 선보인 후 프랑스, 영국, 파리 등 13개국 매장에 동시에 입점하는 성과를 냈다.

데님은 변형에 따라 모든 상황에 매칭 가능한 소재인데다, 기본 패션 아이템이란 점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두 디자이너는 강조한다. 국내에서 디자이너 데님 시장의 성장 여력이 충분하고 해외 시장에 선보이기도 좋은 아이템이란 설명이다.

스티브J는 "데님은 베이직 패션 아이템이란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일정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내년에 미국 시장에 보다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데도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스티브J와 요니P는 홈쇼핑에도 진출했다. CJ오쇼핑과 손잡고 컨템퍼러리 브랜드 '스티브요니 스튜디오'를 론칭한 것.

요니P는 "브랜드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 보니 경기불황 속에서 보다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해외에선 세계적인 편집숍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로 대접받았는데 한국 백화점에선 국내 패션기업 브랜드들과 경쟁해야 됐던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토로했다.

스티브J와 요니P의 종횡무진 무한도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두 디자이너는 "스티브J&요니P가 매 컬렉션을 통해 보다 성숙하고 세련된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며 "입었을 때 스타일에 생기를 불어넣는 아이템, 전 세계 패션피플의 사랑을 받는 옷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티브J&요니P의 배승연(좌), 정혁서(우)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한경닷컴 기자)
스티브J&요니P의 배승연(좌), 정혁서(우) 디자이너(사진= 진연수 한경닷컴 기자)
글=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사진=진연수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