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항공전자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 중 하나는 보잉사로부터 이끌어낸 외자 유치를 꼽을 수 있다. 보잉은 경북 영천에 1단계로 2000만달러를 투자, 우리 군이 보유한 F-15K 전투기 등 각종 항공기 수리·개조에 필요한 항공전자 MRO센터(유지보수 공장)를 신축해 지난달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다기종 항공전자시험시스템(BMATS)의 경우 미국 외 지역에는 유일하게 영천에 구축했다.

보잉이 항공전자부품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영천에 MRO센터를 세운 데에는 경상북도와 영천시의 끈질긴 구애작전이 주효했다. 영천시는 지리적으로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공군의 군수를 전담하는 대구 공군군수사령부가 가까이 있고, 우수 인재가 많은 대학과 정보기술(IT)산업이 발달한 구미도 지척에 있다. 영천시는 보잉의 MRO센터 입주를 계기로 항공전자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국책사업으로 37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신축, 항공전자시험평가, MRO 자동점검 설비와 장비구축 및 국제인증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항공전자부품산업은 항법·제어, 전자·전기, 정보통신 등 첨단IT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항공전자산업 시장은 2012년 기준 70억달러 규모로 세계 시장의 2%에도 못 미친다. 선진국의 기술 보호와 국내 기술 부족으로 항공기 핵심부품 생산과 시험평가 기반도 취약하다. 이 같은 항공전자부품산업의 현실은 1970년대 중화학공업육성계획 발표 당시의 국내 중화학공업 상황과 흡사하다.

항공전자부품은 한국이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고 4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필수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이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을 육성했듯이 2020년대 차세대 먹거리를 잡기 위해 항공전자부품산업을 육성할 시기다. 특히 무인기와 함께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미래형 개인용 항공기 PAV 등은 자동차와 전자 및 IT가 발전된 한국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의 항공 관련 산업 육성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돼 왔다. 항공전자부품산업을 차세대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중화학공업 육성 사례처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세계적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 구축과 인력양성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재훈 < 한국테크노파크협의회 회장·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