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시장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호남권 기반의 주택건설사 오너로만 알려져 있던 그였다.



그러나 건설 불황기에 수도권에서도 연이은 사업성공에 업계를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통째로 품에 안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건설업계에서 나름의 유명세와는 달리 은둔경영인으로 통한다.



사업에만 몰두하고 대외적인 활동이나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린 탓이다.



또한 회사 규모에 비해 홍보팀 역할이 한정된 것도 은둔 이미지를 보태는데 한 몫 했다.



주택분양 마케팅에 주력하고 회사 관련 대외 홍보는 하지 않고 있어서다.



단적으로 호반건설에서 김 회장 프로필이나 사진을 언론에 전달한 적이 없으며 김 회장은 방송 인터뷰는 물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연 적이 없다.



그래서 지난 20일 김 회장의 방송인터뷰는 그의 은둔 이미지를 깬 하나의 사건이다.



하지만 김 회장이 은둔형 인간은 아니다. 그런 이미지가 형성됐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은둔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건설업계 한 인사는 “김 회장은 상당히 스마트하고 경영을 잘 하는 데다 선배 건설인과도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서 “은둔 이미지는 자신을 밖에 드러내기 보다는 사업과 경영 중심으로 일에 몰두하다 보니 생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은둔경영 이미지 탈피 선언



김 회장은 ‘왜 언론 접촉을 꺼리느냐’는 기자 질문에 “꺼리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서 자신에게 직접 인터뷰나 접촉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호반이 아직까지는 언론의 관심을 받을 만큼의 대기업이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고 김 회장은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이제 때가 되면 그리고 언론에서 요청이 있으면 알릴 내용을 직접 알리겠다”고 김 회장은 약속했다.



은둔경영 이미지 탈피를 선언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이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 관피아 척결은 광주상공회의소부터...회원중심의 상의 운영 선언



광주상의 회장이 된 것을 계기로 직접 언론 접촉이라는 파격행보를 보인 김 회장은 또 다른 파격행보를 선보였다.



김 회장은 광주상의 상근부회장으로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를 지낸 오세철씨를 지명했다.



상근부회장 자리에 민간 기업인 출신을 임명한 것은 광주상의 역사에 처음 있는 일로 혁명적 사건이다.



대개 그 자리에는 고위 관료 출신이 왔기 때문이다.



주로 광주시 부시장급이 왔다는 게 광주상의 직원의 설명이다.



더 놀라운 것은 회장 추대를 받은 김상열 회장이 임시 의원 총회에서 상근부회장으로 오세철씨를 추천하면서 공개적으로 밝힌 그 이유다.



“기존 상근부회장들은 고위 관료 출신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상의 회원들을 받들기 보다는 와서 군림하는 모습이 많았다. 그래서 회원들을 잘 받들라는 차원에서 현장 감각이 뛰어난 민간 기업인 출신을 택했다”



광주상의 의원 80명은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상근부회장 임명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20일 금요일 오전 총회를 통해 부회장에 임명된 오세철씨는 그 날 오후 업무에 바로 들어갔다.



사무국 직원들은 투덜거렸다. 좀 쉴 줄 알았던 금요일 오후, 이어 저녁까지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원사 대표인 한 광주상의 의원은 “이제 상의가 제대로 돌아갈 것 같다”며 새로운 리더십 체제 구축을 반겼다.



김상열 회장은 이번에 광주상의 회장이 되면서 대한상의 부회장이 됐다.



김 회장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해 서울상의 회장단과의 교류를 넓혀 광주상의 개혁과 함께 호남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 금호를 고려한 것은 단 0%도 없다



김상열 회장이 광주상의 회장으로 되는 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직전 회장인 박흥석 회장과 2파전 경쟁구도가 되면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었다.



더욱이 박흥석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측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광주상의 선거가 호반 대 금호 대결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치달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박흥석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표대결의 파국은 피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화합을 위해 박 회장이 용단을 내린 것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표 확보가 불리해져 모양새 좋은 백기를 든 것이다.



그래서 김상열 회장에게 기자가 물었다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출신을 상근부회장에 임명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생긴 금호와의 앙금을 씻고 금호측과의 화합을 고려한 것이냐고...”



그런데 돌아온 김 회장의 대답은 파격 그 자체.



“화합의 의미는 단 0%도 아니고, 전혀 없다.”



오세철씨는 그냥 김 회장이 생각한 여러 조건에 부합해서 임명한 것일 뿐, 금호를 고려한 것은 0%도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상열 회장이 광주상의 회장에 오르면 금호산업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김 회장은 단호히 말했다.



“전혀 그건 사실이 아니다, (금호산업) 인수는 계속 진행한다. 지금 실사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의사결정이 나올 것이다”



실사결과에 따라 다른 의사결정이 나올 가능성, 즉 인수 입찰 포기로 입장이 변경될 가능성이 남아있기는 하다.



하지만 김 회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반드시 금호를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 주가 차익으로 번 돈은 전액 기부



김상열 회장은 다른 측면에서 역시 전혀 뜻밖의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금호산업 주식 매각 차익은 광주 및 서울 소재 대학 그리고 문화재단에 기부하겠다”



최근 호반은 금호산업 주식 매각 차익으로 약 3백억원 정도의 수익을 거둬, 주식투자 의도와 수익금 사용처에 대해 세간의 궁금증이 있던 터였다.



그런데 김 회장은 이를 단번에 털어버렸다. 더 이상 물을 것이 없을 정도다.



김 회장의 ‘주식차익금 기부’ 발언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금호산업 주식 매입은 인수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어서 한 것이지 투자목적이 아니다.`



`주식투자 수익금은 전액 좋은 일에 쓴다. 김상열과 호반은 개념 경영인이고 기업이다.`



`금호 인수 자금 준비에 전혀 문제없다. 3백억원 없어도 호반은 인수금 준비 자신있다.`



# 광주에서 분 바람, 서울서도 불까?



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광주지역에서의 승리를 계기로 수도권에서도 승리하면서 최종 대선 후보가 됐다.



그 만큼 광주지역에서의 인기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김상열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광주상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호남권에서 쉽지 않을 일을 해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여세가 서울에서도 이어질 것인가?



현대 정주영 회장을 롤 모델로 큰 꿈을 꾸고 있는 김상열 회장.



그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은길기자 egyou@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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