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옐런 '强달러' 우려…미국도 환율전쟁에 동참하나
3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재닛 옐런 Fed 의장이 ‘달러 강세’를 우려한 직후 불과 3일 만에 달러 가치가 3% 가깝게 급락했다.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달러를 사뒀거나 환 헤지를 풀었던 투자자에게는 당혹스러운 수준이다. 지켜봐야겠지만 벌써부터 미국도 환율전쟁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슈퍼 달러 시대 도래 여부는 앞으로 미국을 포함한 각국 경제와 주식, 외환, 원자재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변수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흔들렸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재강화되면서 달러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두 가지 의미로 혼용해 왔다. 하나는 특정 통화. 이를테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갈 때 원화에 대해 ‘달러 강세’라 불렀다. 이와 별도로 달러인덱스가 올라가도 ‘달러 강세’라 평가했다. 다른 통화와 달리 중심통화인 달러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달러인덱스에 의한 평가가 더 바람직하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옐런 '强달러' 우려…미국도 환율전쟁에 동참하나
3월 회의 직후 달러인덱스가 하락하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에는 20% 가깝게 급등했다. 앞으로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달러 강세의 성격을 파악하고, 일부 예상대로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달러인덱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달러인덱스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지수화(1973년 3월=100)한 것으로, Fed가 통화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지표다. 6개 구성 통화 비중을 보면 유로가 가장 높고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순이다. 달러인덱스가 올라가는 경우는 미국 측 요인과 구성 6개국 요인으로 나뉜다.

지난 1년, 특히 최근 5개월 동안 달러인덱스가 급격히 오른 것은 미국과 6개국 간 통화 정책상 불일치에 따른 구성 5개국(영국 제외) 요인이 더 컸다. 작년 10월 말 미국은 양적 완화를 종료시킨 데 반해 일본은 추가로 돈을 풀었고 유럽은 뒤늦게 양적 완화를 추진했다. 돈 풀기가 어려웠던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는 금리를 내려 자국 통화 약세를 도모했다.

근린궁핍화 성격이 짙은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된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2.2%로 직전 분기 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분기 기업실적도 애플을 제외하고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수출 부진이 성장률과 실적을 떨어뜨렸다. 무역적자도 재확대되는 추세다.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다. 경제 여건이 받쳐주는 달러 강세라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달러가 강해지면 급락하고 약세로 돌아서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달러 강세가 증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현재 달러인덱스는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 수단까지 동원해 경제 살리기에 나섰던 미국 정책당국자에게 ‘달러 강세’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 수장인 옐런 의장은 양적 완화 종료때부터 달러 강세를 우려해왔고, 3월 회의에서 그 우려를 명확히 했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은 ‘미국이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라고 말했다.

특히 Fed는 1930년대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미국 경제를 대공황으로 빠뜨린 ‘에클스 실수(Eccles’s failure)’라는 치욕을 안고 있다. 취임 이후 신중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는 옐런 의장으로서는 경제 여건 이상의 달러 강세는 의도되지 않은 성급한 출구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다. 달러 강세는 그 자체가 긴축정책이기 때문이다.

교역 상대국의 인위적인 평가절하에 가장 손쉬운 대책은 ‘귀에는 귀,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 법전식 대응이다. 일본과 유럽의 돈 풀기에 같이 풀고, 캐나다 등 다른 달러인덱스 구성국의 금리 인하에 동참하면 된다. 하지만 작년 10월 양적 완화를 종료시킨 데다, 정책금리도 제로 수준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내릴 수 없다.

환율전쟁 대응수단이 제약돼 있고 오히려 예정된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할 Fed로서는 이번 회의 결과처럼 ‘patient(인내심 갖고)’라는 문구를 삭제해 금리 인상에 한 발 다가서되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는 유일한 방안은 ‘기대(expectation)’를 낮추는 길밖에 없다. 3월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하향 조정한 것은 일단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했다.

앞으로 Fed는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져 추가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 재무부 등 다른 정책부서와의 협력을 통해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평가절상과 통상압력을 하는 방식으로 사전에 완충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크게 상승하기보다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환위험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