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인근의 한 글램핑 텐트에서 불이 난 모습이 CCTV 화면에 담겼다. 연합뉴스
인천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인근의 한 글램핑 텐트에서 불이 난 모습이 CCTV 화면에 담겼다. 연합뉴스
22일 새벽 강화도 캠핑장에서 불이 나 중학교 동창끼리 부자(父子) 동반으로 여행을 온 두 가족이 참변을 당했다. 최근 캠핑 열풍으로 전국에 야영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학교 동창 두 가족 5명 참변

경찰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2시10분께 인천 강화군 화도면 동막해수욕장에서 500m가량 떨어진 캠핑장에서 발생했다. 캠핑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2시9분 텐트 세 곳 중 한 곳에서 불꽃이 발생한 뒤 불과 1분 만에 텐트 전체로 옮겨붙었다. 2시13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가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텐트는 전소한 뒤였다.

이 사고로 텐트에서 자고 있던 이모씨(37)와 첫째·셋째 아들, 천모씨(36)와 아들 등 5명이 숨졌다. 이씨의 둘째 아들(8)은 바로 옆 텐트에 머물던 박흥 씨(43)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씨와 천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왔다가 참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은 텐트 내 바닥에 깔린 난방용 전기매트의 누전 등으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캠핑장 운영자 김모씨(62)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강화군에 따르면 김씨의 캠핑장은 민박업이나 야영장으로 등록돼 있지 않았다. 화재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 사각지대 놓인 캠핑장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캠핑장에서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캠핑장에는 5대의 소화기가 비치돼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텐트는 냉장고와 세면장 등 편의시설이 모두 갖춰진 글램핑(glamping) 텐트다. 내부에는 TV와 커피포트 등 전열기구가 비치돼 있고, 바닥엔 전기매트가 깔려 있었다.

이처럼 글램핑 텐트는 화재에 취약한 구조임에도 현행 소방법상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의 야영장은 1800여개로 추정되나 실제 등록·관리 중인 곳은 230여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야외에 임시로 텐트를 설치하는 형태라도 화재 안전점검을 받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캠핑장을 호텔·펜션 등 일반 숙박과 동일한 시설로 간주하고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