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이기권 장관 "정년만 보장받고 임금피크제 거부?…스스로 퇴직 앞당기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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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부 장관 한경과 '막걸리 토크'
노동개혁 대타협 D-8
노동개혁은 지속 가능성 문제…심각한 격차 안 줄이면 공멸
양질의 일자리 580만개인데 구직자는 960만명으로 넘쳐
근로계약 해지 명확한 기준 없어…노사 간 다툼 연간 1만3000건
노동개혁 대타협 D-8
노동개혁은 지속 가능성 문제…심각한 격차 안 줄이면 공멸
양질의 일자리 580만개인데 구직자는 960만명으로 넘쳐
근로계약 해지 명확한 기준 없어…노사 간 다툼 연간 1만3000건

![[월요인터뷰] 이기권 장관 "정년만 보장받고 임금피크제 거부?…스스로 퇴직 앞당기는 길"](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01.9728548.1.jpg)
▷정부 대책이 친(親)노동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각의 문제입니다. 가령 기간제 비정규직 해법으로 사용 기간을 없애자고 하면 기업을 대변한다고 하고, 그 보완 대책으로 이직수당이나 3개월 이상 근무시 퇴직금 조항을 두면 친노동적이라고 합니다. 정부의 원칙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지키게 하느냐는 것입니다.”
“100 대 37입니다.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가 100만원 벌 때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는 37만원을 번다는 얘기입니다. 최저임금은 격차 해소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이기도 하고요.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은 4% 올리고 2500만원을 받는 사람은 8% 올려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집니다. 이걸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특정 시기에 특정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장관은 “최저임금은 청년고용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막걸리 토크’에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 두 명도 함께했다. 이 장관은 양 옆에 앉은 대학생의 손을 잡고 말을 이어갔다.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일자리가 없다 보니 1학점을 남겨놓고 졸업을 미루고 있습니다. 대학 재학생은 고도성장기 때나 지금이나 약 380만명 수준으로 비슷한데, 졸업을 미루고 취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약 26만명에서 작년 말 기준으로 46만명까지 늘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창조경제, 경제혁신, 규제 완화를 통한 신사업 발굴로 해결하면 가장 좋겠지만,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지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막걸리 한 잔하고, 목 좀 축이자”는 제의에 이 장관은 잔을 부딪치며 묻지도 않은 질문을 만들어 답을 내놨다. “내게 노동개혁의 목적과 철학이 뭐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는 약속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약속은 결혼이죠. 그 다음은 바로 고용에 관한 약속입니다. 약속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 안 된다는 것이죠. 두 번째가 임금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 산업을 보면 그 경쟁력의 원천은 부품 경쟁력, 즉 부품을 만든 사람에 대한 인건비입니다. 원·하청 근로자의 임금 차이 문제인데요. 선진국의 경우 그 차이가 100 대 75 정도인 반면 한국은 100 대 37입니다. 복지제도를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지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산업은 물론 국가도 지속이 어렵습니다. 물론 기업 경쟁력을 잃을 정도로 임금을 올려주자는 것은 아닙니다.”
▷정년은 늘어나는데 임금체계는 그대로입니다.
“2013년 정년연장 법안이 통과될 때 (임금피크제를) 효력 조항(강제조항)으로 했어야 했는데 아쉬운 부분입니다.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한다는 취지로만 해놓는 바람에 노동계가 반대할 여지를 준 부분도 있지요. 하지만 노사가 임금피크제에 대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 정년만 챙기고 임금피크제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는 정년 전에 어떻게 해서든 근로자를 줄이려고 할 테니까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이 10% 수준입니다.
“대타협이란 제도만 바꾸는 게 아닙니다. 각 구성원의 실행 의지와 진정성이 담겨야 대타협입니다. 종이에 몇 자 쓰고 사인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입법도 해야 하고, 현장에서는 지켜야 합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도 모두 내 일, 내 아들·딸의 일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비판도 해야 합니다.”
▷‘근로계약 해지 기준’ 마련을 강조하시는데요.
“2009년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일입니다. 대인관계 좋고 근태관리가 확실한 자동차 영업부장이었는데 이 사람이 1년에 차를 세 대 팔았어요. 교육을 해도 업무 성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부장 월급을 줄 수가 없었겠죠. 이런 경우 다른 업무를 맡겨 일을 하게 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근로계약 해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회사에서는 ‘업무시간에 졸았다’느니, 심지어는 사생활까지 뒤져서 해고 사유를 찾는 경우도 있어요. 해당 근로자는 당연히 반발하지요. 이런 엉뚱한 다툼이 1년에 1만3000건이 넘습니다. 결과적으로 신규 채용을 막고 있는 것이지요.”
‘막걸리 토크’ 내내 이 장관의 휴대폰에서는 메시지 수신 알림 신호가 깜박였다. 대화가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이 장관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노·사·정 대타협 성공 가능성을 물었다.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은 이제 선택만 남아 있습니다. 이달 안에 합의가 이뤄지겠지만, ‘하늘이 두 쪽 나도 3월이다’라고 하는 것보다 방향에 대해, 근본 철학에 대해 장기적으로 논의가 계속될 것입니다. 국민도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고용부 장관, 너는 116만원(최저임금)으로 먹고 살 수 있느냐?’는 비판도 좋으니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또다시 울리는 이 장관의 휴대폰. “(노·사·정 대표끼리) 또 협상하러 가시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이 장관은 “네, 계속 (빨리 오라고) 찾네요”라는 답과 함께 자리를 떴다.
이기권 장관은…
행시 25회…노동행정 30년
총장 때 '떡볶이 총장' 별명
전남 함평에서 태어난 이기권 장관은 1981년(행정고시 25회) 공직에 입문했다. 2009년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당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입안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0~2011년에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지냈다. 2012년 8월에는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으로 부임해 2년간 중간·기말고사 때마다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등 격의 없는 모습에 ‘떡볶이 총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7월 고용부 장관에 임명됐다.
△1957년 전남 함평 출생 △중앙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고용노사비서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고용부 차관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