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양적 완화 실시, 중국의 추가 부양책 가능성, 국내 금리 인하 등이 이끈 ‘외국인 유동성 장세’가 다음달 기업실적 발표에 초점을 맞춘 ‘실적 장세’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데 이어 주요 기업의 실적 개선이 추가 지수 상승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동성 다음엔 실적 장세"…이익 늘어날 종목 찾아라
◆유동성에서 실적장으로

23일 코스피지수는 약보합(-0.03%)으로 장을 마쳤다. 오전 한때 2040선을 넘으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소폭 하락으로 마감했다. 순매수 흐름을 지속한 외국인은 SK하이닉스(순매수 890억원) 현대차(238억원) 삼성SDI(136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반면 기관은 현대차(순매도 313억원) 현대모비스(262억원) 포스코(117억원) 등을 대량으로 팔았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실적 시즌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관망세를 보일 수 있지만 점차 영업이익이 늘어날 종목으로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수를 견인하고 있는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금까지는 연 1%대 금리, 유럽 양적 완화에 따른 유동성 증대 효과로 투자심리가 개선돼 왔지만 앞으로는 정책 이슈가 아닌 실적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며 “지난해엔 어닝시즌을 앞두고 추정치가 하향 조정돼 부담이 컸지만 올해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강세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오태동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주도의 유동성 장세 이후 실적 장세가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종목을 골라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적 상향 조정 종목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 추정치가 제시된 133개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연초보다 영업이익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곳은 46개사였다. 영업이익 상향 조정폭이 가장 큰 종목은 삼성전기(140.72%)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6에 대한 기대가 높은 가운데 연초 192억원으로 예상된 영업이익 규모가 462억원으로 뛰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예상 규모도 4조6902억원에서 5조3570억원으로 14.22% 늘었다.

삼성전기에 이어 유가 하락 효과를 본 한진해운(137.67%) 대한항공(76.41%) 아시아나항공(68.79%) 등이 뒤를 이었다. 견조한 패널 가격 흐름에 LG디스플레이(42.29%)의 영업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현대로템(-59.43%) OCI(-54.41%) 삼성엔지니어링(-49.71%)의 영업이익 눈높이는 크게 낮아졌다. 유가 하락으로 SK이노베이션(-60%) 에쓰오일(-29%) 등 정유주도 부진해 항공주의 실적 추정치 조정 흐름과 대조를 이뤘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1분기 영업이익 예상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7.6% 상승한 136조4000억원으로, 최근 3주 연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종목과 더불어 저유가 수혜주인 운송주, 금리 하락으로 주목받고 있는 증권주에 대한 이익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업종별 영업이익 추정치 상승폭은 디스플레이(16.1%) 운송(14.3%) 화장품·의류(12.8%) IT하드웨어(8.3%) 순으로 높았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