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에 빠졌던 해운업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분기는 통상 컨테이너선의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는 달랐다. 유가 하락세, 미국 경기 회복, 중국 춘절 전후 물동량 급증 등 호재가 겹쳤다. 벌크선 매각 등을 통한 해운사들의 자구노력 효과도 실적에 반영되면서 올 1분기부터 해운업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최근 한진해운현대상선의 1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887억원, 407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을 딛고 흑자로 돌아서면 2010년 이후 5년 만의 1분기 흑자 기록이다.

해운업계는 지난해 말 이후 계속된 저유가 덕을 톡톡히 봤다. 해운사가 연료로 쓰는 싱가포르380 벙커유 가격은 전분기 대비 37.6%, 전년 동기 대비 48.1% 하락했다.

정기적으로 배를 운항해야 하는 해운사에 가장 큰 비용 부담은 변동성이 심한 연료비다. 한진해운은 2012년 매출의 21.3%를 차지하던 유류비가 지난해 15%까지 낮아졌다. 현대상선도 2013년 유류비 지출이 1조3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조원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업계는 또 운임 인상에 나서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달 유럽 노선에 대해 컨테이너당 1500달러, 미주 노선에 대해 600달러 인상안을 발표했다. 내달에도 북유럽과 지중해 노선은 1800달러, 미주 노선 600달러 인상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상선도 이달 미주, 유럽, 아시아 노선 등에 대해 일괄 인상을 추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사가 인상안을 발표하고 고객사와 개별 협상하기 때문에 실제 운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저유가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연 수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짝 부활’이라는 반론도 있다. 세계 해운사들은 현재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하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국내 해운사들은 수년간 몸집 축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선박 운임 지수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선박 규모를 키워 한 번 이동할 때 많은 양을 실어나르는 게 효율적인데 국내 해운사들은 아직 대형 선박 발주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유가 반등 이후를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