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기업들 '러시아 엑소더스'
러시아의 통화·경제 불안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GM과 일본 닛산이 러시아 공장 문을 닫기로 한 가운데 러시아 자본이 대주주인 세계 5위 타이어 업체 피렐리는 경영권이 중국 국영기업으로 넘어간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시장이 어렵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이어가기로 했고, 쌍용자동차는 루블화가 안정될 때까지 완성차 수출을 중단하는 대신 반제품(CKD)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는 피렐리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캄핀 지분(26%)을 중국 국영 화학회사 켐차이나(CNCC)가 주당 15유로에 인수하고 향후 캄핀과 새로운 지주회사를 세워 피렐리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기로 합의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거래가 마무리되면 피렐리는 작년 8월 러시아 로스네프트와 자본 제휴를 한 지 1년 만에 결별하고 CNCC와 손을 잡는다.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러시아에서 발을 빼고 있다. GM은 지난 19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동차 조립 공장을 상반기 중 폐쇄하기로 했다. 쉐보레 브랜드 차량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러시아 가즈그룹과의 계약도 해지한다. 이어 미국에서 러시아로 수출하는 쉐보레 차량도 대폭 줄이고 오펠 차량은 올해 말까지만 판매한다. 댄 암만 GM 사장은 “러시아의 현재 상황과 장기적 전망을 보면 우리가 해외에 투자할 때 고려하는 요건과 맞지 않다”며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닛산은 1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이달 말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계약직 근로자와 재계약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 규모는 올해 176만대로 작년보다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판매량이 급감하자 폭스바겐과 도요타도 한시적으로 러시아 공장을 돌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만드는 러시아 전략모델인 쏠라리스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 모터 스튜디오를 개관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공격적으로 나설 수 없지만 시장 상황이 언제 다시 좋아질지 몰라 딜러망 관리 차원에서라도 현지 영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