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 살리기 우선하는 일본 성장전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익 나게 돕고 임금 올리라는 일본
임금부터 올려 내수 키우자는 한국
같은 과제 다른 접근 비교검토를"
정성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jung@kiep.go.kr >
임금부터 올려 내수 키우자는 한국
같은 과제 다른 접근 비교검토를"
정성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jung@kiep.go.kr >
![[시론] 기업 살리기 우선하는 일본 성장전략](https://img.hankyung.com/photo/201503/AA.9730144.1.jpg)
새로운 시작은 성장전략의 본격적인 이행이다. 아베 정부는 2013년 6월 처음으로 성장전략을 발표하고, 지난해 6월 개정판을 발표했다. 2013년 성장전략이 발표될 당시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의 실망감이 매우 높았다. 지난해 개정판이 발표됐을 때는 시장의 기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법인세 인하, 의료개혁 등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의 성장전략 추진체제는 이전 정권과 달리 상당히 견고해졌다.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에서 압도적 다수를 확보했고 내각인사국을 신설해 성장전략에 대한 찬반으로 공무원 인사를 단행할 수 있게 됐다. 성역처럼 여겨졌던 농업, 의료, 노동 분야에서 대담한 개혁조치들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일본의 성장전략 추진체제는 강력한 대통령제인 한국의 구조개혁 추진체제에 비해서도 나아보인다.
기업이 성장전략의 주인공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일본은 기업부터 살리는 정책을 펼쳐 왔다. 환율을 높이고, 법인세를 내리고, 설비투자나 사업재편에 대해 각종 세제와 금융상의 지원조치를 강화했다. 그 결과 기업은 이익을 내는 체질로 바뀌었다. 아베 정부는 긴급하게 노사정위원회를 열어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이에 화답했다. 높은 명목임금 상승률은 이런 과정의 산물이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기업의 수익은 악화되는데 정부는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하고 임금도 올리라고 하니 기업 처지에서는 난감한 노릇이다. 임금을 올려 내수를 확대하고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것은 양국 모두 같다. 다만 일본은 먼저 기업이 이익을 올리도록 한 다음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임금을 올리면 내수가 늘어 기업 이익도 늘 것이라는 논리다.
일본의 성장전략엔 매년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다. 개혁의 성과는 ‘중요업적 평가지표’를 통해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3년 안에 설비투자를 연간 70조엔 수준으로 회복시킨다는 것이 한 예다.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시한을 명시해 제시함으로써 개혁의 진척을 확인한다. 그 나름대로 성과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노동개혁에서도 한국과 좀 다른 모습이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의 미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정규직과 기업임원에 대한 과보호가 문제라며 이의 시정을 꾀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정규직 고용형태를 개발하며 임금과 일자리를 공유하고자 시도한다. 노동시간이 아니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모두 다 반대가 심한 개혁과제다. 기업의 농업진출 등 농협 개혁, 여성의 노동참여 확대, 외국인 노동자 활용 확대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도 도전하고 있다. 주주와 투자자의 역할 강화를 통해 경영자가 보다 공격적인 경영을 하도록 유도하는 기업지배구조 개혁도 중요한 과제다.
일본의 성장전략에서 한국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만큼 일본의 개혁과제가 한국과 비슷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다만 한국은 우왕좌왕하는데 일본은 그 나름대로 체계를 잡고 나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올해는 아베 정부 성장전략의 3년차로 성공과 실패가 갈라지게 될 것이다. 오는 6월 발표될 제2차 성장전략 개정판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되는 이유다.
정성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jung@kiep.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