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성장 전략이 그린필드에서 개방형 포용 전략으로 급전환하고 있다. 삼성페이 결제를 위해 미국의 신생 모바일 서비스 업체 루프페이를 사들였는가 하면, 사물인터넷(IoT) 주도권을 겨냥해 미국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를 인수한 사례들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체제 10개월간 공식 발표한 M&A만 이미 8건이다. 대상도 기업 간 거래(B2B)나 소프트웨어·플랫폼 등 신사업에 집중되는 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M&A 시도는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경영진이 이구동성으로 독자기술만으로는 발 빠른 혁신이 어렵다며 M&A를 강조하고 있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에 더 개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손영권 전략혁신센터 사장),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전략이 삼성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데이비드 은 삼성 글로벌혁신센터 수석부사장)는 언급들이 이를 말해준다.

여기에 삼성이 경쟁을 벌이는 애플, 구글 등이 자고나면 M&A건을 하나씩 터뜨리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사업에 도움이 되는 업체가 있다면 국내, 해외 구분하지 않고 M&A를 추진할 것”(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라는 발언은 삼성의 다급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 8개월간 삼성전자가 발표한 8건의 M&A는 그 대상이 모두 해외기업이었다. 물론 국내기업이 하나도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국내에는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설사 그런 기업이 나타난다고 해도 M&A가 외국에서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해야 마땅하다. 삼성이 소규모 기술기업에 대한 M&A에 나서면 당장 문어발 경영이요 기술탈취라는 비판이 튀어나온다. 게다가 내부거래다 뭐다 해서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에 온갖 규제로 불이익을 주는 것도 M&A에는 악조건이다. 이런 규제의 굴레 속에서는 정상적인 M&A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유망 스타트업들을 대기업이 인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