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브레이크 캘리퍼 세계 1위가 되자.”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자동차 1대당 4개씩 들어가는 브레이크 캘리퍼를 세계 1위 품목으로 키울 것을 주력 계열사인 만도에 지시했다. 캘리퍼는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 휠 안쪽에 있는 회전날개(로터)를 잡아 자동차를 멈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정 회장은 “현대·기아자동차 외에 폭스바겐과 BMW에 공급하는 캘리퍼를 늘려 2020년까지 세계 1위 캘리퍼 업체로 발돋움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몽원 "5년내 캘리퍼 세계 1등 되겠다"
○5년 안에 세계 3위에서 1위로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만도가 현재 캘리퍼 사업에서 세계 3위를 하고 있는데 2020년까지 1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부터 글로벌 넘버원 제품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며 “여러 검토 끝에 제일 잘할 수 있는 부품이 캘리퍼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브레이크와 캘리퍼는 사라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캘리퍼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만도는 2005년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에만 캘리퍼를 납품하는 세계 10위권 밖의 업체였다. 하지만 2006년 미국 GM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을 뚫어 2009년부터 BMW와 폭스바겐, 푸조 시트로앵, 피아트 등 유럽 완성차 업체로 거래처를 넓혔다.

2010년대 들어 대부분 완성차 업체에 캘리퍼를 납품해 2012년에 세계 4위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 2470만개의 캘리퍼를 생산해 독일 TRW와 콘티넨탈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세계 1위인 TRW의 70% 수준이어서 5년 내 TRW를 따라잡고 세계 1위에 올라서려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개선해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 회장은 ‘기술 중시 회사’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는 “캘리퍼의 품질을 향상시키려면 연구개발(R&D)에 힘써야 한다”며 “올해부터 매출액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만도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은 2013년 4%에서 지난해 4.6%로 늘어났고 올해는 처음 5%를 넘어설 전망이다. 매출액 대비 2~4%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R&D 투자 비중을 넘어선다.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대비

정 회장은 ‘선택과 집중’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만도가 생산하는 제동 장치와 조향 장치 등 여러 부품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기는 어려운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캘리퍼에서도 수직계열화 해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을 구현한 대표적인 제품이 작년 10월 개발한 능동형 캘리퍼(ARC)였다. 이 제품은 차량이나 주행 조건과 상관없이 디스크와 브레이크 패드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차량 운행 중 브레이크에 의해 발생하는 연료 손실을 거의 없앤 새로운 타입의 연비 개선 장치로 평가받고 있다.

만도는 하이브리드카에 적용하는 회생제동시스템도 개발했다. 주행 중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배터리를 충전해 하이브리드카의 연비를 높이는 부품이다.

만도 관계자는 “2020년까지 세계 최고의 캘리퍼 업체가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R&D 투자를 늘려 기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