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뒤바뀐 처지'…건설사 "시멘트값 내려라"
시멘트 가격을 놓고 매년 초 맞붙었던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의 처지가 올해 뒤바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가격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시멘트업계는 올해 조용한 반면 건설업계는 “시멘트 공급가격을 내려야 한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중간에 낀 레미콘업계는 양쪽 눈치만 살피고 있다.

시멘트 가격은 통상 연초에 시멘트 제조업체와 레미콘업체, 건설업체 자재구매 담당자들이 만나 ‘1년간 공급할 가격’을 협상한다. 하지만 올해는 시멘트-레미콘-건설 업계가 아직 ‘3자 상견례’조차 하지 못했다.

시멘트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 가격이 올랐다. 2011년 t당 5만2000원이던 시멘트 공급가는 지난해 7만5000원으로 44% 올랐다. 시멘트 생산원가의 35% 이상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오르고 물류비 등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유연탄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 t당 8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국제 유연탄 평균 가격(호주 뉴캐슬 본선 인도 기준)은 지난주 59.12달러로 내려갔다. 4년 전에 비해서는 반 토막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최근 몇 년간 시멘트 가격 인상과 원자재 가격 하락 덕분에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등 주요 시멘트업체의 수익성은 좋아졌다. 건설회사들은 이런 이유로 “작년에 인상한 폭 이상으로 시멘트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멘트가 소비재였으면 벌써 여론에 밀려 가격을 내렸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얘기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해 시멘트회사들이 가격 인상 공문을 레미콘회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듯이 우리도 올해 그렇게 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반면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가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멘트 가격 인하는 섣부르다”며 협상 자체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