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 직접 체험해 보니…보채고 울고, 정신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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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갈 짬도 없어
현장에서
교사 한 명이 아이 15명 돌봐…보조교사 채용 국고지원 절실
현장에서
교사 한 명이 아이 15명 돌봐…보조교사 채용 국고지원 절실
“해보니까 어때요, 힘드시죠?”
세종시의 무지개 어린이집에서 일일 보육교사 체험을 하던 날, 베테랑 교사가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보육 현장을 느껴보겠다며 하루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러 온 기자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창 활동적인 만 세 살짜리 아이들 15명을 돌보는 일이 보통 정신이 없는 게 아니었다. 아이 한 명에 신경쓰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고 그 아이를 달래다 보면 또 다른 아이가 난장판을 만들었다. 하루종일 화장실 갈 짬도 없어 오후 늦게야 겨우 들른 참이었다.
오전 7시30분 아이들이 등원할 때부터 저녁에 마지막 아이를 집에 보낼 때까지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한숨 돌릴 점심시간은 긴장도가 가장 높았다. 국을 엎는 아이, 흑미만 골라내는 아이, 밥을 먹기 싫다며 우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밥을 씹어넘길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보육교사 중엔 소화불량이 많다고 했다.
외부에서 강사가 오는 영어 특별활동 시간. 잠시 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아이들이 어지럽혀 놓은 교실을 쓸고 닦다 보니 시간이 다 갔다. 오늘에만 벌써 세 번째 걸레질이다. 제대로 청결을 유지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한 명이 한 반을 꾸리기 버겁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원장이 보조교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임시국회에 올라간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어린이집 보조교사 채용 국고 지원 근거가 담겼지만 부결됐다. 개정안의 일부인 CCTV(폐쇄회로TV) 설치 의무화만 부각되며 논란을 일으킨 탓이다.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예산 확보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보육료 지원엔 10조원이 넘는 돈을 쓰면서 보조교사 6500명 채용에 필요한 3000억원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 아이를 보낸 뒤에도 교사의 업무는 이어졌다. 보육일지를 쓰고 정부 평가인증을 준비한다. 박근자 원장은 “평가인증에서도 보육 프로그램을 봐줬으면 좋겠는데 재정상태만 주로 본다.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
세종시의 무지개 어린이집에서 일일 보육교사 체험을 하던 날, 베테랑 교사가 빙긋이 웃으며 물었다. 보육 현장을 느껴보겠다며 하루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러 온 기자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창 활동적인 만 세 살짜리 아이들 15명을 돌보는 일이 보통 정신이 없는 게 아니었다. 아이 한 명에 신경쓰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고 그 아이를 달래다 보면 또 다른 아이가 난장판을 만들었다. 하루종일 화장실 갈 짬도 없어 오후 늦게야 겨우 들른 참이었다.
오전 7시30분 아이들이 등원할 때부터 저녁에 마지막 아이를 집에 보낼 때까지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한숨 돌릴 점심시간은 긴장도가 가장 높았다. 국을 엎는 아이, 흑미만 골라내는 아이, 밥을 먹기 싫다며 우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밥을 씹어넘길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보육교사 중엔 소화불량이 많다고 했다.
외부에서 강사가 오는 영어 특별활동 시간. 잠시 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아이들이 어지럽혀 놓은 교실을 쓸고 닦다 보니 시간이 다 갔다. 오늘에만 벌써 세 번째 걸레질이다. 제대로 청결을 유지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 한 명이 한 반을 꾸리기 버겁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원장이 보조교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린이집 재정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임시국회에 올라간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어린이집 보조교사 채용 국고 지원 근거가 담겼지만 부결됐다. 개정안의 일부인 CCTV(폐쇄회로TV) 설치 의무화만 부각되며 논란을 일으킨 탓이다. 개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예산 확보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보육료 지원엔 10조원이 넘는 돈을 쓰면서 보조교사 6500명 채용에 필요한 3000억원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 아이를 보낸 뒤에도 교사의 업무는 이어졌다. 보육일지를 쓰고 정부 평가인증을 준비한다. 박근자 원장은 “평가인증에서도 보육 프로그램을 봐줬으면 좋겠는데 재정상태만 주로 본다.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