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 사이에서 환테크 상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변동하면서 수익을 낼 기회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의 경우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강달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감도 환테크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환차익에 대해선 금액에 관계없이 비과세되기 때문에 자산가 사이에서 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요즘엔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화 상품도 인기”라고 설명했다.
◆대신·한투·신한금투 금리 높아

달러 RP의 유입액은 갈수록 늘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작년 하반기 이후다. KDB대우·한국투자·현대·신한금융투자 등 4개 증권사가 판매한 달러RP 잔액은 작년엔 월평균 5억달러 선을 유지했지만 올 들어 6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달 6억4760만달러에 이어 이달 18일 현재 6억6360만달러로 늘었다.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재매입하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이다. 신용등급 ‘AA’ 이상의 달러표시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손실 위험이 낮다. 수시입출금형과 확정기간형으로 구분되며, 만기는 최장 1년이다.

은행 외화예금 중 일부 자금도 달러RP로 유입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외화예금의 경우 1년짜리 이자가 연 0.5~0.6%에 불과하지만 증권사 달러RP 금리는 6개월에 연 0.9~1.0%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 중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곳은 대신증권이다. 6개월 이상 예치하면 연 1.05%를 준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최고 연 1.0%)도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증권사다. 이경민 대우증권 이사는 “은행에서 넘어온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전체 자산의 최대 30%를 달러RP로 채울 정도”라고 말했다.

◆유로DLB·달러인덱스펀드 ‘주목’

외화 수요가 늘면서 증권사들의 파생결합사채(DLB) 발행도 늘고 있다. 특히 원금을 보장하면서도 유로화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 완화에 나서고 있어 갈수록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예상에서다. 예컨대 S증권사가 최근 판매한 유로 DLB의 경우 유로당 달러가 2% 이상 하락하면 연 4.05%의 이자를 확정짓되, 만기까지 이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원금만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만기가 3년이지만 6개월마다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국내외 증시에 상장된 달러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환율 상승에 베팅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달러 ETF는 ‘미 파워셰어스 DB US달러’ ETF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값을 나타내는 지수가 기초자산이다. 이 ETF 주가는 지난 1년간 57.7% 급등했다.

국내 상장된 ETF 중 ‘KOSEF 달러선물’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추종한다. 1년 수익률은 3.8%다. 원·달러 환율 변동의 1.5배만큼 수익 또는 손실을 내는 ‘키움달러 1.5배레버리지특별자산1호’ 펀드도 환율 상승 때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장영준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부지점장은 “환헤지(위험회피)를 하지 않은 채 해외펀드 또는 역외펀드에 투자해도 환차익을 노려볼 수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이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달러가치 상승과 선진국 증시에 동시 베팅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