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관객은 뒷전인 KBS 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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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leeswoo@hankyung.com
“음악을 하기 위해 KBS에 입사한 교향악단 단원들을 일방적으로 다른 업무로 전환하는 것은 부당하다.”(이현진 KBS 노동조합위원장)
“교향악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이재숙 KBS 시청자국장)
KBS교향악단의 내부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KBS 노조는 23일 사측을 상대로 법원에 직무전환교육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재단법인 KBS교향악단으로 소속 전환을 거부한 KBS 본사 소속 연주 단원 67명은 지난 12일부터 연수원에 입소해 직무 전환 교육을 받는 중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KBS가 교향악단을 재단법인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단원 대다수는 KBS를 퇴사하고 재단법인으로 재입사하라는 회사 방침을 거부했다. 고용안정성과 복리후생이 떨어지고 KBS의 지원금도 줄어들 것이란 이유였다. KBS는 이들의 소속을 유지한 채 재단법인에 2년6개월 동안 파견하는 식으로 사태를 임시 봉합했다.
파견 종료일은 지난 11일이었다. 사측은 “더 이상 파견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2012년과 같은 이유로 전환을 거부하는 단원들은 일반직 업무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지난 16일엔 신규 단원 채용 공고를 냈다.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건 관객들이다. 오는 26, 27일 제692회 정기연주회에서 이들은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연주할 예정이었다. 100여명이 필요한 대편성곡이다. 좀처럼 듣기 힘든 곡이어서 기대가 컸으나 연주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객원연주자 20여명을 투입해 하이든 교향곡 88번과 베토벤 교향곡 1번을 대신 연주한다. 내달 3일 교향악축제 공연도 곡 변경이 불가피하다.
한 평론가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나 국립오페라단이 외부 변수로 갈등을 겪은 것과 달리 KBS교향악단 문제는 순전히 내부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였던 KBS교향악단의 위상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떨어졌다. 관객을 뒷전으로 하는 KBS 노사의 이기심 때문은 아닐까.
이승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leeswoo@hankyung.com
“교향악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이재숙 KBS 시청자국장)
KBS교향악단의 내부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KBS 노조는 23일 사측을 상대로 법원에 직무전환교육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재단법인 KBS교향악단으로 소속 전환을 거부한 KBS 본사 소속 연주 단원 67명은 지난 12일부터 연수원에 입소해 직무 전환 교육을 받는 중이다.
사건의 발단은 201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KBS가 교향악단을 재단법인으로 분리하는 과정에서 단원 대다수는 KBS를 퇴사하고 재단법인으로 재입사하라는 회사 방침을 거부했다. 고용안정성과 복리후생이 떨어지고 KBS의 지원금도 줄어들 것이란 이유였다. KBS는 이들의 소속을 유지한 채 재단법인에 2년6개월 동안 파견하는 식으로 사태를 임시 봉합했다.
파견 종료일은 지난 11일이었다. 사측은 “더 이상 파견 연장은 없다”고 못 박았다. 2012년과 같은 이유로 전환을 거부하는 단원들은 일반직 업무에 배치하겠다고 했다. 지난 16일엔 신규 단원 채용 공고를 냈다.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건 관객들이다. 오는 26, 27일 제692회 정기연주회에서 이들은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영웅의 생애’를 연주할 예정이었다. 100여명이 필요한 대편성곡이다. 좀처럼 듣기 힘든 곡이어서 기대가 컸으나 연주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객원연주자 20여명을 투입해 하이든 교향곡 88번과 베토벤 교향곡 1번을 대신 연주한다. 내달 3일 교향악축제 공연도 곡 변경이 불가피하다.
한 평론가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나 국립오페라단이 외부 변수로 갈등을 겪은 것과 달리 KBS교향악단 문제는 순전히 내부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였던 KBS교향악단의 위상은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떨어졌다. 관객을 뒷전으로 하는 KBS 노사의 이기심 때문은 아닐까.
이승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