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컨벤션센터가 '非주거용 건물임대업'이라고?
국내 전시회에 참가하는 일본 기업의 전시부스 공사 입찰에 성공한 전시장치 기업 A사는 최근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발주 기업이 전체 사업비의 10%에 이르는 부가가치세가 면제 대상이라며 가격 조정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 일본 기업은 함께 입찰에 참여한 B기업은 부가세를 제외한 가격을 제시했는데 왜 부가세를 가격에 포함시켰느냐며 오히려 해명을 요구했다.

해외 기업이 국내 전시회에 참가할 경우 부가세 면제 대상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것도 서비스업종에 속하는 전시기획업에 등록된 기업과의 거래에서만 가능하다. A사가 속한 전시장치업의 경우 현행법상 전문건설업으로 분류돼 동일한 부가세 면제 혜택을 볼 수 없다. 결국 A사는 일본 기업의 요구에 따라 전체 금액의 10%를 낮춰 계약했다.

A사 관계자는 “전시기획업으로 등록한 업체는 서비스업종으로 분류돼 면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전문건설업에 해당하는 전시장치 기업은 혜택을 볼 수 없어 해외 기업이 발주하는 인바운드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전시장치 업체보다 낮은 가격에 프로젝트를 수주한 전시기획 업체의 일을 다시 받아 시공하게 되면서 수익성만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MICE(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회)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손톱 밑 가시부터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MICE 산업을 이제는 서비스산업이나 관광산업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산업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것. 특히 고유 표준산업분류 지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MICE 산업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현장에 깊게 뿌리내린 비효율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응수 한국MICE협회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MICE 산업은 다양한 서비스 개발과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제도는 아직 산업의 다양성과 성장 속도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며 “MICE 산업 고유의 산업분류코드가 없다 보니 업계는 물론 정부조차 MICE 산업 규모와 파급 효과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표준산업분류에는 전시컨벤션센터와 같은 시설과 국제회의, 전시기획 업종만 포함돼 있을 뿐 장비임대, 전시장치, 의전 등 다양한 MICE 서비스 분야를 포괄할 수 있는 고유 산업코드는 없다.

현행 표준산업분류상 전시컨벤션센터는 비거주용 건물임대업, 국제회의와 전시기획업은 전시 및 행사대행업으로 분류돼 있고, 전시장치업은 전문건설업에 포함돼 국토교통부로부터 관련 면허를 받는 등 MICE 산업의 특성과 전문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시장치업의 경우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관리 시스템이 이원화돼 행정력 낭비와 불편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시장치 기업의 경우 국토부의 실내건축공사업 면허 외에 15개 전시컨벤션센터의 전시사업자 등록과 환경디자인 등록, 직접생산자 증명 등 모두 23건의 등록증을 받아야 전시장치 시공이 가능하다. 전시장치업이 표준산업분류상 전시 및 행사대행에 속하지 않고 전문건설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박창균 한국전시산업장치협회장은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전시시스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정책과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일본도 전시디자인 설치 분야를 제조와 용역,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디스플레이업으로 분류해 활발한 기술 개발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선 전시장치업에 대한 규제는 강화된 반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저금리 자금 대출 등 각종 지원에서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