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그들(미국 일본)의 기술 속국이어야 하겠습니까. 기술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일, 삼성이 나서야죠. 제 사재를 보태겠습니다.”

1974년 12월6일. 당시 삼성 계열사인 동양방송 이사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5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주변에선 위험하다고 만류했다. 무모한 시도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뜻을 굽히지 않고 반도체에 투자했다.

이렇게 시작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역사였다. 삼성 반도체 사업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3년 2월8일 반도체 산업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내용의 ‘도쿄선언’을 발표한 뒤 탄력을 받았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은 1983년 64K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서다. 삼성은 후발주자였지만 과감한 투자로 기술과 인력을 빠르게 확보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삼성은 1992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로 발돋움했다. 1994년 미국, 일본에 앞서 256M D램을 개발해 기술 역전에 성공했고 2002년에는 낸드플래시에서도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D램은 22년 연속, 낸드플래시는 12년 연속 1위를 달렸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20나노미터 공정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엔 10나노 후반 D램 제조 공정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그동안 부진했던 시스템반도체도 갤럭시S6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적용하면서 올해 화려한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